<인터뷰>호암갤러리 회고展 月田張遇聖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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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니다.선이 세련된 경지에 이르면 한번 그어도 일체의 잡것이 섞이지 않는데 그 정도가 돼야비로소 문인화의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원로 한국화가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82)화백의 화업 6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 『격조높은 선과 묵의 세계-월전 회고 80년』전이 11월15일까지 호암갤러리((750)7811)에서 열리고 있다.
월전화백은 정교한 필법을 앞세우는 북화(北畵)와 마음속의 생각을 그리는 남화(南畵)에 모두 능통한 한국화가로서 노년에 올수록 문인화적 깊이가 빛을 발하는 작가다.
그 위에 흐트럼없는 꼬장꼬장한 자세에 전통을 강조하고 격식을찾는 그의 모습은 말과 입으로는 동양정신을 그린다면서 실험성만앞세워 온갖 편의를 다 누리는 후배작가들에게 그 자체가 귀감이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그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것같아요.재능만 있다고 다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같은선을 그어도 오랜 수련을 거친 선에는 두번 다시 그을 수 없는절대성이 있습니다.』 월전화백은 문인화의 요체로서 말처럼 쉽지않은 선(線)의 수련을 우선으로 친다.
20대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연속 특선과 함께 최고상을 잇따라수상해 화려한 등용을 한 월전화백이 문인화를 그림의 중심에 놓는 일대전환을 시도한 것은 해방후 서울미대 동양화과교수로 발탁되고 부터다.
『이당선생에게 그림을 배울땐 이론을 배운 것이 아닙니다.어깨너머로 스승이 그리는 것을 보고 따라 그리는게 전부였지요.그런데 경성제국대학 미학과에 남겨진 엄청난 동양화론.동양미술사책들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시절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밤에는 책을 보는 생활속에서 『동양화의 뿌리는 남화,그것도문인화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림이 바뀌었다』고 한다.
국전 초대심사위원이 돼 출품한 『회고』는 지금 행방은 알수없지만 새로운 화풍을 선보인 첫작품으로써 선묘위주로 해금을 켜고있는 노인을 묘사,당시 화단의 큰 주목을 끌었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시켜서 하는 일입니다. 머리속의 생각이 무르익어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풀려나오면그 속에는 저절로 그리고자 하는 사람의 생각이 절실하게 담기게마련이지요.』 손의 수련 위에 동양고전을 강조하는 월전화백은 지난 91년 월전미술관내에 동방예술연구회를 설립해 젊은 작가들에게 동양학 각 방면의 전문가를 초빙,동양고전강의를 해오는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전통에 대해 자주 강조하지만 전통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커피마시고 자동차타고 다니는 현대생활에서 전통형식을 고집하는 것은 양복입고 나막신신는 격입니다.제 얘기는 우수한 서양문화의 정수는 받아들이되 그바탕에는 전통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월전(月田)회고전에는 정교한 세필을 구사한 초기작품에서부터 최근의 사회풍자적 수묵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71점이 선보이고 있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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