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설비리풍토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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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자한국인의 해외건설 신화(神話)가 깨지는 것같아 안타깝다.중동(中東)의 열사(熱砂)에서,남미(南美)의 정글에서 우리 건설인들은 근면.성실한 자세로 높은 성가(聲價)를 얻었 다.그때 벌어들인 외화가 1,2차 오일쇼크를 비교적 무사히 넘기는데 크게 보탬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수대교 사고로,또 그에 앞선 갖가지 부실공사 파동으로 이런 성공담이 먹칠을 당하고 있다.한국의 건설위상은 지금 최대위기에 봉착하고 있다.해외에서는 잘하는 한국 건설이 왜 국내에서는 엉망이냐고 질책하는 소리를 건설인들은 똑 바로 들어야한다. 한국건설단체연합회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그러면서도 붕괴사고의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지는 않았다.하자(瑕疵)보증기간이 끝난 뒤의 사고는 시공자에게 책임이 없다는 법적 안전장치가 있기 때 문인 것같다.물론 현행법에는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관리책임자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그러나 책임소재가 어디 있건 다리는 무너졌다.그 다리를 누가 건설했는가의 기록도 남아 있다.관리 소홀에 앞서 설계와 시공의 부실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다리가 무너질리 없다.건설한지 20년이 안되기 때문에 성수대교는 정밀 안전진단 대상에서 빼놨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건설인들은 혹시 붕괴책임에서는 면제(免除)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한국 건설의 위상을 추락시킨 책임에서는 면제될 수 없다.
바야흐로 아시아 건설시장을 놓고 선진국 건설사들과 대회전(大會戰)을 벌여야할 처지를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 연(悚然)하도록 반성해야 한다.해외에서는 잘 되는데 국내에서는 안된다면 그 원인을 용감하게 밝히고 그릇된 건설풍토를 바로 잡기 바란다.건설현장에서 발호(跋扈)하는 비리.부패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삼척동자도 다 안다.그것을 척결하는 용기는 민간에도있어야 한다.관(官)의 횡포가 무섭다는 핑계로 비리관행에 야합하다 보면 부실공사로 인한 참변은 끊일 날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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