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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수준미달 인천구장 관중석 비좁아 관람객들 짜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13년만에 꿈의 구연(球宴)이라는 한국시리즈를 맞은 인천구장은 시즌중보다 더욱 초라해 보였다.
좁다 못해 옹색해 보이는 그라운드에 낡은 시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배수시설이 좋지 않은 탓에 3차전이 열리던 22일에는 전날 내린 비로 우익수 뒤쪽의 잔디에 물이 고여있어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운동장 사정도 사정이지만 무엇보다도 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이느끼는 불편은 한국시리즈 관람의 즐거움을 상쇄해 버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수용인원 1만2천명을 다 채운 인천구장의 관중석은 비좁기 짝이 없어 관중들은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서 옆사람들과 부딪쳐가며옹색한 자세로 경기를 봐야했다.
경기중에 화장실을 가려면 좁은 통로를 헤쳐가다가 다른 사람들의 발을 밟기라도 할까봐 아예 경기가 끝날 때까지 참는 관중들도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화장실은 남녀구분도 제대로 안돼있는데다 어디서새는지 바닥에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취재진은 기사를 전송할 전화선을 찾지못해 우왕좌왕해야 했다. 22일 개막된 일본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도쿄 돔구장이나 이미 관광지로서도 명물이 된 후쿠오카 돔구장과는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인천구장이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잔치라는「한국시리즈」가열리기에는 자격미달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물론 지방구장의 열악한 사정은 인천구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그동안 뜻있는 프로야구인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전용구장설치나 장기임대형식을 통한 기존구장의 전용구장화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그때마다 관계법령의 미비.특혜시비등을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미「국민적 즐거움과 관심」이 됐다는 우리 프로야구가 과연 언제까지나 수준미달인 야구장에서 짜증스럽게 경기를 벌여야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李炫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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