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상청, 겨울 빨리 가고 대설 잦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그래픽 크게보기

경남 지역에서 도로와 건물을 짓는 K건설의 박경렬(44) 사장은 올여름과 가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마가 끝나면 도로 공사를 하기 위해 여러 대의 중장비를 임차했다. 그러나 8~9월 두 달 동안에도 비가 자주 내려 장비를 그냥 세워둘 수밖에 없었다. 박 사장은 "장마가 길어졌고, 장마 후에도 계속 비가 왔다"며 "공사도 못하고 장비 임차료만 꼬박꼬박 내야 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장기 계획을 세웠다 손해를 보는 시민이 적지 않다. 예보가 그만큼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5월에 장마가 평년과 비슷하게 7월 하순에 끝난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8월 중순까지 전국적으로 게릴라성 호우가 이어졌다. 9~11월 예보도 틀렸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일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9월에도 비가 자주 내렸다.

기상청이 올 1월에 내놓은 황사 전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사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특히 4월에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빈도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올봄 황사는 4월이 아닌 5월에 더 자주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장마 때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예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1973년 체계적인 기상관측을 한 이후 장마철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정연앙 기후정보화국장은 "10~15일 주기를 벗어난 장기 예보는 과학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히기 어렵다"며 "예보 기간 중 잘 맞는 시기도 있고 안 맞는 시기도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3일 "올겨울 대설.한파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12월과 내년 1월에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지만 내년 2월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다"는 장기 예보를 내놓았다. 내년 3~4월 기온도 평년과 비슷할 전망이어서 이번 겨울은 일찍 물러갈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1월엔 서해안과 강원도 영동 산간지역에, 2월엔 강원도 영동 산간지방에 많은 눈이 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