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TG 김주성 "골밑 얼씬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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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프로농구 TG삼보의 허재(39)는 누가 뭐래도 '치악산의 수호신'이었다. 허재가 울고 웃을 때 TG삼보가, 아니 원주시 전체가 울고 웃었다.

그러나 이제 허재는 언제라도 안심하고 은퇴해도 좋다. 지난 시즌 TG삼보를 챔피언에 올렸고 올시즌 정규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는 '원주의 보배' 김주성(25.2m5㎝)이 새내기 시절의 어린티를 벗고 진정한 스타로 거듭났으므로.

김주성은 12일 원주에서 벌어진 LG와의 홈경기에서 23득점.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TG삼보가 92-56로 승리하는 데 수훈갑이 됐다.

LG의 56득점은 올시즌 한팀 최소득점. TG삼보는 김주성에게 집중된 LG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어 양경민.신기성(이상 16득점)이 활발히 지원사격, 33승째(10패)를 올려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 KCC(30승13패)와는 3게임차.

TG삼보를 상대하는 팀은 늘 김주성을 막기 위해 온갖 복잡한 작전을 동원하고 때로는 거친 파울도 불사한다. 김주성이 버티는 TG삼보의 골밑 파워를 꺾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성에 대한 수비법이란 대개 외곽 선수가 골밑으로 처지면서 도와주거나, 동료 포스트맨이 달려가 겹수비를 하거나, 지역수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전들을 대하는 TG삼보는 마치 잡지를 읽는 독자가 "어, 김주성 나왔네"하고 들여다보다 "또 이 얘기야"하고 덮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자신만만하다. 상대편에선 "이렇게 새롭고 흥미로우며 오묘한 수비는 뚫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와 "이마저 안 통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함께 갖는다.

LG도 당연히 온갖 작전으로 김주성을 견제했다. TG삼보의 초반 난조를 틈탄 LG가 4분 만에 11-2로 앞설 때까지는 그럴 듯해 보였다.

그러나 TG삼보가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으로 쉽게 득점, 첫 쿼터 종료 직전 22-17로 역전시키자 사정이 달라졌다. 높이에 스피드를 더한 TG삼보의 맹렬한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TG삼보는 김주성.양경민의 연속골로 3쿼터 8분40초쯤 60-42, 4쿼터 2분쯤 65-44로 내달렸다. LG는 4쿼터 들어 경기를 포기한 듯 뭇매를 맞았다.

라이언 페리맨.빅터 토머스 등이 오기를 부렸지만 각각 10득점에 그쳤다. 특히 센터 페리맨(1m98㎝)은 2쿼터 중반 골밑슛을 하다 김주성의 블록에 막혀 스타일마저 구겼다.

원주=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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