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아시안 하이웨이-철도망 계획과 경제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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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92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48차 ESCAP총회에서 당시우리나라 이상옥(李相玉)외무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중국~인도차이나 반도를 연결하는 아시아횡단철도건설」을 제의했고 관련국가들,특히 북한의 지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91년12월 방콕에서 개최된 ESCAP교통-체신분과위원회가 부산~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태국~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체적인 철도노선구상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ESCAP사무국은 금년 총회이후 다시 적극적으로「아시아 육상교통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고,이에 따라「아시안 하이웨이」와 함께「아시아횡단철도(트랜스 아시안 레일웨이)」도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이다.우리나라는 아시아횡단철도건설에 관 한 한 제안국 입장이며,따라서 교통부는 물론 외무부도 최근 ESCAP의 가입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북한이다.북한이 만약 ESCAP의 요청을 수락, 아시아횡단 철도건설을 위한 ESCAP의 타당성 조사를 가능하게 한다면 우리나라를 시점(始点)으로 유럽까지 연결되는 1만여㎞의 꿈같은 아시아횡단철도의 실현은 바로 우리 눈 앞에 오는 것이다.ESCAP는 북한이 곧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으나 당장 수락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를 비롯,중국.
러시아등 추진이 가능한 지역부터 타당성조사를 먼저 시행할 방침이다. 타당성조사는 나라마다 다른 열차의 궤도규격과 신호체계 등 기술상의 문제를 우선 검토하고,우리나라 휴전선 부근 등 미연결구간의 지질조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ESCAP는 이를 위해 이미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운행되던 「오리엔트 특급」이 20세기 유럽경제를 이끈 원동력이었다면 한반도~중국(TCR)~러시아(TSR)를 경유, 로테르담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아시아횡단철도는 21세기 아시아 경제부흥을 일궈낼 중추 인프 라가 될 것이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횡단철도는 1만3백70㎞,컨테이너운송이 24일정도 걸린다.2만㎞가 넘는 해상루트보다 운송기일이4~5일 정도 빠르고,운임도 20%이상 저렴하다.그 보다도 중앙아시아.러시아 등 중간기착지와의 경제교류에 아시아 횡단철도는훨씬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아시아횡단철도는 고베.카오슝.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항(港)과의 경쟁에서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열세를 면치 못했던 우리나라의 부산.인천.광양항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시켜 준다는 사실이다.아시아횡단철도 는 우리에게서 뺏는 것보다 주는 게 훨씬 많은 프로젝트다.오히려 우리가 먼저 주장해야 하고,다른한편 항만 확충등 준비를 서두르는게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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