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년 12학년제 대안학교 빛고을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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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학교 천문학습장에서 양인목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천체망원경 사용법 등을 공부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12학년제 대안학교인 빛고을학교가 개교한 지 2년 만에 중·고교 통합 중등과정의 캠퍼스를 따로 장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빛고을학교는 지난 해 3월 나주시 남평읍 우산리 옛 남평동초등학교 자리에 학생 98명을 데리고 문을 열었다. 현재 학생수는 1~7학년 172명(1~5학년 초등과정 125명, 6학년 이상 중등과정 47명). 초등과정은 전국 대안학교 가운데 학생수가 가장 많다. 60%가 광주에서 학교 버스로 통학하며, 수도권에서 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도 30명이나 된다.

이 학교는 중등과정인 6~7학년과 내년에 이 과정에 올라갈 5학년 학생 51명을 다음 주부터 춘양캠퍼스에서 교육한다. 춘양캠퍼스는 남평캠퍼스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화순군 춘양면 석정리 옛 춘양중학교 자리에 마련했다.

양인목(45) 설립자 겸 이사장은 “춘양캠퍼스는 기존 학생 외에 외부에서 40명을 지원받아 둔 상태”라며 “내년 3월 개학 때면 두 캠퍼스 학생수가 각각 200명씩 모두 400명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인기 있나=대안학교들은 거의 모두 교육목표를 ‘인간성 회복’에 두고 커리큘럼을 짠다. 자연히 일반 학과교육은 부실해진다.

그러나 빛고을학교는 “인성만으로는 조화로운 인간이 될 수 없다”며 지성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마디로 인성 교육에 공부까지 시켜 준다.

다른 대안학교들과 달리 학과시험을 보며, 그 회수가 일반 학교보다 많다. 대신 등수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학생 본인도 모르게 한 채 교사와 학부모만 알고서 학습 지도에 활용하고 있다.

아이의 인성뿐 아니라 성적까지 보통 학교에선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세밀하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분석해 교육에 참고한다. 교사(총 18명) 1인당 학생 수가 10명이 채 못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학습 교재를 일반 학교의 것과 같은 교과서를 주로 쓰면서 학교 자체 교재를 부 교재로 사용하는 것 또한 다른 대안학교와 차이가 있다.
또 1학년부터 영어를, 2학년부터 중국어를, 4학년부터 논술·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내년부터는 모든 학생을 해마다 3개월은 호주의 결연학교에 보내 영어로 수업을 받게 할 예정이다.

아들 둘이 2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갑(41·광주시 서구 풍암동) 변호사는 “지난 해 9월 일반 초등학교에서 전학시켰는데, 아주 만족해 셋째 아이도 보낼 생각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어울리며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해 감성과 잠재력을 길러 줄 뿐 아니라 학교시설·교육내용·교사진이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학비가 월 35만원으로 광주의 사립 초등학교나 다른 대안학교들보다 많이 싼 것도 이 학교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안학교는 초·중·고교 과정 모두 합쳐 현재 전국에 127개가 있다. 광주·전남 13개 전북 4개 제주 1개

이해석 기자

◆양인목 설립자 겸 교장=신안군 흑산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학교까지 공부한 뒤 광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음대에 들어가 작곡을 전공하던 중 민중문화운동을 하다 제적당했다. 다시 고려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마친 뒤 한신대에 편입해 종교철학과를 졸업했다. 수도권에서 11년 동안 토요일 오후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체험학습을 해 주는 NGO ‘참나무와 도토리’를 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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