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위인전?…도전의식 불 태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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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꽂이를 빼곡히 채운 위인전 전집. 어린 시절 꿈을 주고 도전 의식을 일깨워주는 마음의 양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하지만 위인전에 쏟아지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상당수가 ‘대단한 성공’ 을 거둔 사람들 이야기에 쏠려 있다는 게 그 하나다. 그들은 업적이나 삶이 너무 위대해 우리와는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로 머물곤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위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간혹 '우리시대의 위인'과 '시대를 초월한 위인' 사이에 간극이 생기기도 한다. 위인전 고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뜨인돌어린이가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위대한 도전’의 열 번째는 『세계를 변화시킨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다. 『남극의 마지막 영웅, 섀클턴』『뗏목 탐험대, 콘티키』『고릴라의 수호천사, 다이안 포시』『자연과 꿈을 빚는 건축가, 가우디』『시인의 언어로 자연을 지켜낸 과학자, 레이첼 카슨』『인류 최초의 해저 탐험가, 구스토』『지구로 귀환하라! 아폴로 13호』『사랑과 헌신으로 조선의 빛이 된 의사, 셔우드 홀』『행동하는 큰 의사, 노번 베쑨』등 그동안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인물이다.

책은 마가렛 미드가 미국 인류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 지도교수에게 폴리네시아(오세아니아 동쪽 해안에 분포하는 수천 개 섬들의 총칭)로 현지조사 작업을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 인류학자들이 자신의 현지조사 지역 부족을 ‘내 가족들’이라고 부르는 것에 감명 받은 그녀는 결국 지도교수를 설득해 사모아로 출발한다. 언어와 문화 차이, 갑작스런 태풍으로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견뎌내며 그녀는 ‘사회 질서나 규칙에 대해 사춘기 소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란 연구를 성공리에 마친다.

『사모아에서의 성년』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서 그녀는 삶이 단순해 자식들에게도 한 가지 생활방식 밖에 가르치지 않는 사모아와 달리, 복잡한 미국 사회는 생활방식이 다양한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이어 『뉴기니에서의 성장』에서는 3만5000여 점에 달하는 마누스 섬 어린이들의 그림 분석을 통해 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이는 서구 사회와 반대되는 현상이었다.

새로운 지역에 발을 내딛을 때마다 부딪히는 언어 장벽, 문화 차이, 게다가 부상과 풍토병까지 거듭되는 역경 속에서도 그녀의 열정은 꺾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여성적 혹은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질이나 태도를 성과 관련지어 보편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 『성과 기질』, 인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남성과 여성』등 그녀의 성과물은 인류학의 기반이 됐다.

책은 천편일률적인 연대기적 위인전과 다르게 한 권의 동화처럼 쉽게 읽힌다. 중간 중간 만화 페이지를 삽입해 독서 호흡이 짧은 어린이들도 책 읽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특히 미드가 만난 원시부족의 생활과 의식에 관한 연구 내용은 책속의 책처럼 또 다른 읽을거리로 흥미를 끈다. 반항기를 겪는 미국의 청소년과 평화롭게 어른이 돼 가는 사모아의 청소년, 서구 사회와는 다른 원시부족의 성 역할 등은 서구 사회에 젖어 있는 우리의 편견을 깬다.

사모아로 떠나는 미드에게 “이미 나와 있는 몇몇 자료들을 완전히 믿지는 말게. 그 자료들은 사모아 문화 자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게 아니고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기록한 것이라네”라는 보아스 교수의 조언처럼 책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호기심, 그리고 도전의식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인류학의 매력 엿보기는 덤이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자료제공=뜨인돌어린이 / 02-337-9889, 8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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