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영재학교 부산 1곳 뿐 서울권엔 왜 설립 못하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경기지역에도 과학영재학교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 유일의 과학영재학교가 부산에 있어 수도권 지역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8학년도 과학영재학교 입시결과를 보면 총 144명의 합격자 중 서울출신 합격자가 46명(31.9%)을 차지해 지역별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경기 45명(31.2%), 부산 17명(11.8%) 순으로 수도권 학생들이 전체의 63.1%를 차지했다. 수도권 추가 설립 주장은 과학기술부의 ‘과학영재 발굴·육성 종합계획(2008~2012)’ 발표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부 검토에 학부모들 관심
“국내 유일의 영재학교라고는 하지만 부산시 교육청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학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 수도권 학부모뿐아니라 부산지역에서도 수도권 영재학교 설립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학생들이 많이 합격해 상대적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문호가 닫혀있다는 소리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연간 운영자금은 과학기술부에서 70억원, 부산시 교육청에서 40억원, 지역 기업 등에서 총 12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대목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영재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부모들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가장 좋은 시설을 갖췄고 외부 재정 지원도 큰 영재학교에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올 입시에서 전체 지원자 2916명 중 수도권 출신 중학생이 1491명으로 전체의 51.1%였다. 수도권 학생·학부모 수천명이 입학시험을 위해 수백km떨어진 부산을 찾아야만 했다.

현재 사설 영재교육기관에서 특별 수업 중인 배현우(분당 수내초 6) 군의 어머니 윤성혜 씨는 서울에 영재학교가 생기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윤씨는 “현우와 같은 영재들은 일반 학교에 가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며 “특별한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들에게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편안하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국내의 영재교육 시스템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전공교수의 실질적 참여 부족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영재들이 공립 영재교육시스템에 몸을 담는 대신 사설 교육기관을 이용하거나 외국의 영재 교육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윤씨는 아들 현우를 1년에 3~6개월간 미국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 보낸다. 그는 “영재교육의 낙후성과 학교의 신입생 수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수의 영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에서는 과학영재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영재학교의 운영체계 개선을 예고하는 등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이 과학영재학교의 점진적 규모 확대안. 과기부 박필환 과학기술인육성과장은 “과학영재교육에 대한 수요 증가와 경험확대를 위해 과학영재학교의 규모 확대방안을 교육부와 협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4~6개 과학영재학교 신설”
서울과학고가 지난해 말 영재학교 전환신청을 서울시교육청에 냈다. 경기도 교육청도 별도의 과학영재학교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수월성 제고를 위한 고교 운영개선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과학·예술·체육고의 신청을 받아 분야별 영재학교로 전환시켜, 영재학교를 전국 6개 권역별로 1∼2개씩 모두 6∼8개교로 늘린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과학영재학교를 4∼6개교, 예술·체육영재학교를 2개교로 명시했다.
그러나 과학영재학교의 확대정책이 결정되더라도 설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생 전원에게는 KAIST 합격이 보장된 상태다. 앞으로 확대 설립될 영재학교와의 형평성이 문제될 수 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의 학사과정 신설안도 이에 대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과기부의 운영금 지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현재 거론되는 학교가 4~6곳인데 이 모든 학교에 현행과 같은 운영금을 지급하려면 예산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수 교원 확보도 문제다. 현재 한 곳 있는 영재학교마저 우수 교원 수급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이 문제가 영재학교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불거질 수 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한국과학영재학교
기존 과학고들이 제대로 과학영재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3년 부산에 설립됐다. 부산과학고에 200억원이상을 들여 최신식 과학기자재를 확충, 영재학교로 변신시켰다. 과기부·부산교육청 등 재정지원으로 학생들은 기숙사비를 내지않는다. 교과과정은 대학처럼 학점제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매년 연구논문을 제출한다. 학생 3~4명이 팀을 짜 연구주제를 정하고 대학교수 지도로 논문을 쓴다. 수준이 높아 과학학술지에 실리기도한다. 졸업생 진학도 화려하다. 올해 초 프린스턴·예일대 등 미국 명문대에 20명이 합격했다.그리고 서울대 37명(23명 진학), 포항공대 10명(9명 진학), KAIST 129명(91명 진학)이 붙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