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라이벌열전] 캅사이신·알리신 함유한 웰빙 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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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매운 맛을 내는 향신료다. 그러나 매운 맛의 실체는 각기 다르다. 고추는 캅사이신, 마늘은 알리신이다.

캅사이신은 고추의 씨가 붙어 있는 흰 부분(태좌)에 많다. 이 성분이 많이 든 고추가 더 맵다. 매운 청양고추엔 캅사이신이 일반 고추의 6∼7배나 들어 있다.

알리신은 마늘을 자르거나 빻을 때 마늘의 유황 성분(알린)이 자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알리신은 매운 맛과 동시에 독한 냄새를 준다. 냄새는 입은 물론 몸 전체에서 나온다.

둘은 살균력도 갖추고 있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식중독 사고가 잦은 여름에 ‘고추를 즐겨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캅사이신은 살모넬라균·포도상구균 등 식중독균뿐 아니라 위궤양·위암의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데도 유효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알리신이 페니실린보다 더 강한 항생제라고 소개했다.

둘 다 웰빙식품으로 통한다.

고추의 캅사이신이 혈압을 낮추고 암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비타민 C·E나 폴리페놀처럼 캅사이신도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의 일종이다.

고추는 소화를 돕는다. 적당량 먹으면 술, 자극적인 음식에 의해 위가 손상되는 것도 막아준다. 서양 술꾼이 마가리타를 마실 때 살사를 함께 먹는 이유다. 고추의 ‘사촌’인 살사에도 캅사이신이 들어 있다.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래서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고추·고춧가루·김치가 당당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알리신은 암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소화를 돕고 면역력도 높인다(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

둘의 매운 맛을 상쇄시키는 식품은 각기 다르다.

고추를 덜 맵게 먹으려면 우유·요구르트·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이나 밥·빵·감자 등 탄수화물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은 매운 맛을 더 강화시킨다. 술안주로 고추를 먹으면 캅사이신이 더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마늘의 별명은 일해백리(一害百利). 일해가 바로 알리신의 냄새다. 이 냄새는 구운 뒤 된장과 함께 먹으면 완화된다.

100g당 열량은 마늘이 약 70㎉로 붉은 고추(49㎉)보다 높다. 그러나 말린 마늘(331㎉), 말린 고추(221㎉)는 열량이 꽤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변비 예방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섬유소 함량(생것 100g당)은 마늘(1g)보다 고추(5g)가 높다. 탄수화물은 고추(100g당 10∼15g)보다 마늘(30g)에 더 들어 있다.

둘 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다. 고추에 가장 취약한 장기는 위다. 캅사이신이 위를 자극해 ‘위의 보호막’인 위 점액의 분비가 줄어들고 위 점막의 혈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극이 오래되면 미란성 위염·위궤양이 올 수 있다.

마늘을 과다 섭취하면 지혈이 잘 안 될 수 있다. 아스피린 등 항응고제를 맞을 때 마늘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마늘은 또 혈당을 낮출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 약과 마늘을 함께 복용할 때는 혈당 변화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진 마늘은 하루 한 쪽, 볶거나 구운 마늘은 하루 두세 쪽이면 적당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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