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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가슴통증 … 돌연사 예비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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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선 남자 45세, 여자 55세 이후부턴 심장 기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간은 생명이다(Time is life)’. 하루 10만 번씩 뜀박질을 해야 하는 심장을 지키기위한 철칙이다. 심장은 쉴 틈이 없다. 혈액 순환을 단 5분만 멈춰도 인간은 뇌사상태에 빠진다. 심장 혈관이 병들면 어느날 갑자기 ‘돌연사’란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첫 증상 발병 시 우물쭈물하다 응급 처치를 조금만 늦추면 죽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급증하는 심혈관 질환,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

◆병세는 치명적, 예방은 가능=사고 아닌 질병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죽음을 몰고 오기도 한다. 배후엔 관상동맥 질환(성인 심장병)이 도사리고 있다.

관상동맥은 심장을 감싸고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큰 혈관. 따라서 이 혈관이 병 들면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성인 심장병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이 돌연사를 관리 소홀에서 초래된 ‘인재(人災)’로 보는 이유다.

심장병 발생은 국부(國富)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사는 나라에 환자가 많다. 실제 지난 수십 년간 구미 선진국 사망 원인 1위가 성인 심장병이다. 국내에서도 경제발전과 더불어 증가해 환자 수가 지난 30년 동안 10배 정도 급증했다. 혈관에 과잉 공급된 영양분 찌꺼기 등이 너절하게 축적(동맥경화반)된 때문이다.

다행히 탈출구는 있다. 방법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심장 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법을 평생 실천하는 것(그래픽 참조). 얼핏 쉬워 보이나 ‘평생’ 생활화하려면 결단과 끈기가 필요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딕 체니 미국 부통령처럼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더라도 매일 진수성찬을 먹는 등 예방수칙에 소홀하면 심장 발작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성도 중년부턴 적극 관리해야=‘심장병은 중년 이후의 남성 병’이란 편견부터 버리자. 이는 여성 환자의 발병 시기가 남성보다 10년 정도 늦어 생긴 오해다. 폐경 전까지 활발히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이 심혈관 보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의 하나인 비만 인구만 해도 50대 이후엔 남녀 모두 50%를 넘는다.

또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 결과는 심장 발작이 생긴 지 1년 이후 심장 발작을 겪을 가능성이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남성 24%, 여성 42%).

따라서 여성도 남성처럼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심장 건강을 지키는 예방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여성도 55세부턴 해마다 심장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일단 발병 땐 초기 대처가 중요=일단 발병했을 땐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관상동맥 질환은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과, 이보다 심한 상태로 좁아진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심근경색이 있다. 둘 다 평상시 괜찮다가 활동을 갑자기 할 때 나타난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하다’ 또는 ‘쥐어짜듯 아프다’ 등 통증 호소는 다르지만 고통은 숨이 멎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심각하다. 이때 몇 분 쉬니 좋아졌다면 협심증, 계속 아플 땐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분초를 다투는 질환이다. 따라서 증상 초기에 적극 대처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우선 평상시 위험인자가 있던 사람은 물론 보통 사람도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대학병원급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통상 협심증은 약물치료나 좁아진 혈관을 넓혀 주는 시술 중 선택하게 된다. 초응급 상황인 심근경색은 발작 당시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혈관우회술 등을 받으면 된다.

일단 한 번 심장 발작이 있었던 사람은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상존하므로 지속적인 재발 예방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 전문기자·의사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덕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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