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10대 여고생들의 파이팅이 한국배드민턴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 겨우 고교 3년생인 나경민(전산여고)과 장혜옥(성심여고)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그동안 단체에서 단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연파하고 아시안게임 출전 32년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일궈내는 주역노릇을 톡 톡히 해낸 것이다.올해 18세의 나는 단식에서,학교를 일찍 들어간 탓에 올해 17세인 장은 복식 전문주자로 각각 대활약을 펼쳐 3단2복식제로 치러지는 배드민턴 단체전의 한국팀 쌍두마차로 우뚝 솟았다. 1m74㎝의 장신으로 차세대 기대주인 나와 시끄러울 정도로 파이팅이 좋아 대표팀내에서「장닭」으로 불리는 장은 선배언니 복식조인 길영아-심은정조가 인도네시아의 엘리사-젤린조에게 2-1로 역전승,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손을 붙잡고 껑충 껑충 뛰었다.
이날 금메달은 결국 길-심조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1-0으로뒤지던 두번째 단식에 나서 인도네시아의 강호 유리를 2-0으로셧아웃시킨 나와 자신보다 무려 10세나 많은 정소영과 짝을 이뤄 고비가 된 3번째 복식을 따낸 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게김중수 대표팀 코치의 설명이다.특히 나는 전날 라이벌 중국과의대결서 세계랭킹 4위인 한징나에게 두세트 모두 역전승하는 기염을 토해 항상 단식주자 부재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배해야 했던 한국여자팀의 한 맺힌 설 움을 말끔히 풀어주었다.또 1m60㎝의 비교적 단신으로 전문 복식주자인 장은 이날 인도네시아와 1-1타이를 이루던 3번째 복식에서 한점 한점 따낼 때마다「아싸」「얍」「파이팅」「언니」등의 다양한 구호와 이에 못지않은박진감 넘치는 제스 처로 일반 관중은 물론 심판들까지도 매료시키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부지런하고 언니들을 잘 따른다』『침착하고 이해심이 많다』며서로를 치켜세운 이들은 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자며 김중수 코치를 사이에 두고 두손을 굳게 맞잡은채 환히 웃었다.
[히로시마=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