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 15번째 홀인원 … 비법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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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호(34)가 15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골프장에서 열린 던롭피닉스 토너먼트 1라운드 11번 홀(165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에게 홀인원은 뉴스가 아니다. 이번이 벌써 15번째 홀인원이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골퍼 중에서도 홀인원을 해보지 못한 이가 적지 않다. 최근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CJ)는 공식 대회는 물론 연습 라운드에서도 홀인원을 해보지 못했다. 박지은(나이키골프)도 2004년 CJ나인브릿지 클래식 프로암 대회에서 홀인원을 했을 뿐 공식 대회에선 홀인원이 없다.

파3홀에서 단번에 공을 홀 속에 넣을 확률은 아마추어가 1만2000분의 1~2만분의 1, 프로골퍼가 300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교 1년 때 용인 리베라(옛 관악)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홀인원을 했어요. 남들은 홀인원 한 번 하면 거창하게 축하 파티를 한다는데 어려서 그런 걸 몰랐지요. 그저 얼떨떨한 기분이었어요. 강원도 문막의 오크밸리 골프장에선 두 차례 홀인원을 했고요, 2004년에는 일본에서 세 차례나 홀인원을 했어요."

그런데 잘 맞아서 홀인원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정말 잘 맞았다고 생각한 공은 대부분 홀 부근에 멈춰 섰어요. 15차례 중 잘 맞아서 홀인 된 것은 두세 번에 불과해요."

15일 홀인원을 할 때도 공이 홀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은 8번 아이언을 잡는데 맞바람이 불기에 7번 아이언을 잡고 샷을 했어요. 좀 두텁게 맞았다고 생각하고 뒤로 돌아섰는데 갑자기 동료 선수가 '들어갔다'고 소리 치는 거예요."

그래도 행운이라 하기에는 홀인원 횟수가 너무 많다. 이 정도면 실력으로 봐야 한다.

"프로골퍼들이 파3홀에서 핀을 직접 공략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거리가 200야드 전후인데 핀을 직접 공략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요. 아마추어들은 파3홀보다 파5홀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프로골퍼들은 반대예요. 파5홀보다 파3홀에서 더 신경을 써요. 핀의 오른쪽, 또는 왼쪽을 겨냥해 샷을 하지요."

그의 비결은 일단 정확성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데 성공하면 홀인원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은 차라리 그린 가운데를 겨냥하는 게 낫다고 봐요. 공이 그린 위에서 브레이크를 타고 흐르면 홀인원을 기대할 수 있잖아요. 핀이 그린 앞쪽에 꽂혀 있어도 그린 중앙까지 공을 보낸다는 기분으로 샷을 하는 게 좋지요."

허 프로는 평소 연습장에서 목표를 정해 놓고 훈련을 하는 것도 홀인원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공을 때리지 말고 기둥이나 깃발 등 특정 부분을 겨냥해 샷 연습을 하는 게 좋아요. 거리와 방향 모두를 염두에 두고 연습하라는 이야기지요. 일단 공을 원하는 지점으로 날려 보낼 줄 알아야 홀인원도 할 수 있잖아요."

파3홀에서 티샷할 때는 '어깨에 힘을 빼고 쳐야 한다'는 당연한 충고도 곁들였다.

"페어웨이에선 공을 잘 치면서도 티잉 그라운드에선 미스샷을 하는 골퍼들이 많잖아요. 그게 다 긴장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이지요. 홀인원은 절대적으로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요. 핸디캡이 낮을수록, 실력이 좋을수록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죠."

미야자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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