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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오염을벗긴다>5.전문가의견-金聖顯 댐피해대책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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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낙동강은 한마디로 안동지역의 역사와 문화다.
선사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을 중심으로 불교문화와유교문화를 꽃피웠고 명현거유(明賢巨儒)와 석학(碩學)이 배출되어 그 명맥이 오늘에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예(禮)와 세시풍속(歲時風俗)을 그대로 지켜 오고 있는 전통 유향(儒鄕)이다.
고려 삼태사(三太師)가 이곳 낙동강 유역에서 후삼국(後三國)통일의 성업을 이루었고 홍건적(紅巾賊)의 난(亂)과 임진왜란,가까이는 일제 식민지하에서도 꿋꿋한 선비정신으로 분연히 일어나국난극복의 선봉에 선 선열들의 얼이 서려있는 고 장이다.이처럼자랑스런 선열들의 삶이 후대에까지 젖어 흐르던 낙동강 유로(流路)가 70년대 이후 인위적으로 바뀌고 안동지방의 유역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말았다.안동댐과 임하댐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댐이 생겨나고 자연스레 흐르던 물길이 끊기면서 주민들의 고유한 정서마저 단절되고 지금은 고귀한 선비정신마저 사라져버렸다. 현재 안동지역에선 안동댐과 임하댐에서 방류하는 물과 청송 보현산에서 발원한 길안천의 물이 합류해 낙동강 본류를 이룬다. 상류에서 흘러든 물은 양쪽 댐에 갇혀버리고 자연 그대로흐르는 물은 길안천 뿐인데 이마저 막아 1억t의 물을 확보,하류의 공업용수와 하천유지수로 쓸 계획이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동지역의 유일한 준용하천인 길안천을 막게 되면 건천화 현상으로 또다시 생태계의 변화가 오고 낙동강 본류의 자연유지수도 한계를 드러내 메마른 강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때문에「안동생명공동체」등 환경단체에서 정부의 길안보 설치계획을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길안보 설치반대는 단순한 물싸움이 아니라 억겁의 세월을 두고흘러온 낙동강의 유지수를 그대로 보전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정부가 댐 건설로 무진장한 수자원을 확보했다면 여기서 얻은 이익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파괴된 생태계 복구와 주민들의 손실보상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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