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고치려다 병얻는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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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병 고치러 가서 병 얻는다」는 항간(巷間)의 이야기가 실증(實證)되고 있다.서울대병원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에만 2백44건에 환자 2백4명이 병원에서 감염(感染)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감염률로는 6.3%에 달한 다.
서울대병원이라면 우리 나라에선 최고수준의 의료인력과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꼽힌다.그런 서울대병원의 실정이 이러할 때 다른병원들의 실태가 어떠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병원감염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선진국의 병원감염률도3~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병원감염을 조사하고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감염을 줄이는 노력은커녕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병상(病床)수가 1천5백병상이나 되는서울대병원의 감염관리사가 단 1명뿐이고,그나마 감염관리사를 두고 있는 병원도 1백30개 병원중 5개에 불과한 것 이 현실이다. 이런 형편이니 환자는 자신이 병원에서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때문에 대부분의 병원들이 병원감염된 병의 치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어도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아넘겨선 안된다.국감(國監)에선 18개 종합병원 환자 1천명당 병원감염 환자가 1백42명이나되며,그중 50%이상이 폐렴.패혈증등의 악성감염이란 놀라운 지적도 있었다.그러나 의사들은 그런데는 너무도 무신경해 소독도 제대로 안한채 잇따라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식의 진단을 태연히 하고 있다.이에는 적절한 규제와 안전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마땅하다.
우선 당국은 병원감염의 실태파악과 병상수에 따른 감염관리사 배치를 의무화 해야 한다.아울러 병원감염이 발생했을때는 그것을환자나 그 가족이 알도록 해 그로 인한 치료비는 병원측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그래야 병원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고,의사들도 병원감염의 주된 경로로 지적되고 있는 손이나 의료기구의소독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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