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對南 욕지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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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망나니,얼뜨기,인간 쓰레기,정치백치,악마….일반 시정(市井)에서도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暴言)들이다.하물며 국가 단위의 공식 매체(媒體)가 이런종류의 폭언들을 퍼부어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런 행위를 하는 매체가 있다.바로 북한(北韓)의 신문과 방송등 대중 선동매체들이다.이들 매체는 김일성(金日成)사망을 계기로 최근 주로 남쪽의 최고지도자를겨냥해 욕설을 쏟아붓고 있다.그런 욕설도 부족한 지 「쌤판없이쫄랑거리며 컹컹거린다」는 투의 극한적인 표현까지 동원,강도(强度)도 높아지는 경향이다.
북한 보도기관들이 사용하는 이러한 말들은 물론 북한 주민들을세뇌하고 다그치기 위한 대내(對內)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더욱이 최근처럼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주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남한(南韓)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처럼 그들 에게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겪어 가며 그들과 조금이라도 접촉의 길을 열어보려고 노력하는 우리들로선 이런 그들의 태도에서 대화의상대로서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를 근본부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어디까지 그들을 성실한 상대로 믿고 대화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남북한(南北韓)대화의 전개과정을 보면 북한은 항상 그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화해 제스처와 합의를 이끌어 내고 나서는 약속을 깨는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남한을 공산화하겠다는그들의 이른바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하려다 안되겠 다 싶으면 일방적으로 합의사항을 파기하곤 했던 것이다.
최근 부쩍 늘고있는 우리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비방과 중상(中傷)만 해도 1972년 7.4남북 공동성명이후 20년 넘게 남북한 대화가 있을 때마다 신뢰회복과 화해를 위해 그만두자고 약속했던 것들이다.앞으로 다시 대화분위기로 돌아설 때는 그런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대화재개때 그동안의 비방에 대한 사과요구 같은 것도 그런 방안의 하나가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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