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각과 집권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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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경제부처 개각에서 집권당인 민자당(民自黨)이 사전협의를못받았음은 물론,낌새도 못챘다는 것은 사소하게 볼 일이 아니다.이것은 민자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국정(國政)운영과 권력운용의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개각을 할 때 미리 총리의 제청을 받고 의사를 듣는것은 헌법이 정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각.관료.행정쪽의 의사를 듣는다는 뜻이 있다.이에 비해 집권당과의 사전협의는 정치.민심.국민인기등 정당고유의 관심요소를 감안한다는 뜻 이 있을 것이다. 우리 생각으로는 개각이라면 이런 양쪽의 요소가 다같이 고려되어야 옳다.적어도 장관의 임면(任免)에 있어 정치적 판단과민심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함은 상식이다.과거 권위주의체제에서도 형식적이나마 개각에 앞서 집권당과의 협의(協議) 과정이 있었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집권세력 내부의 활성화(活性化).민주화 측면에서도 이문제는 관심의 대상이다.개각(改閣)과 같은 중대인사 문제를 폭넓게 협의하긴 어렵지만 제한된 범위안에서라도 활발한 의견교환과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집권 당과의 협의는 이런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무력(無力)증세가 심각해 보이는 민자당이 이런 식으로 소외되고 장관인사에 아무 힘이 없음이 드러나면 이른바 당정(黨政)협의라는 것은 껍데기가 되고 말 것이다.어느 장관이 민자당과 진지한 정책협의를 하려고 하겠는가.
여당의 무력화(無力化)는 곧 국회무력화로 이어짐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힘없는 여당을 야당이 제대로 상대하려 할리 없고 여야협상이니,여야대화니 하는 국회에서의 정치도 평가절하(平價切下)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민자당의 소외는 얼핏 가십거리로 보이지만실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여기서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를 따질여유는 없지만 정상적인 집권당의 기능발휘는 필요한 것이고,청와대와 민자당이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함은 분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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