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야 공주'가 본 예쁜 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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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NHK 방송은 13일 달 탐사위성 ‘가구야’가 HDTV 카메라로 달 표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달 지평선 너머로 지구가 서서히 지는 모습을 담았다. [도쿄 AFP=연합뉴스]

일본이 쏘아 올린 달 탐사위성 '가구야(かぐや)'의 고성능 하이비전(HDTV)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의 움직임이 13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가구야는 약 2t 무게의 탐사선으로 달 표면의 지형.중력 등 다양한 조사를 위해 9월 발사된 일본 최초의 달 탐사위성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NHK가 JAXA 홈페이지(www.jaxa.jp)에 공개한 동영상은 달 표면 상공 약 100㎞에서 돌고 있는 가구야가 약 38만㎞ 떨어져 있는 지구의 움직임을 촬영한 것이다. 지구가 달의 지평선으로부터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는 장면을 4분에 한 번씩 찍어 지구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포착했다. 공개된 동영상은 1분 분량뿐이다.

달에서 지구가 떠오르고 가라앉는 장면을 찍은 것은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 이후 38년 만이다. 가구야가 지구를 촬영한 지점은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달의 뒤쪽으로 영상 속 지구에는 호주와 아시아 대륙이 선명하게 보인다.

JAXA 측은 "화면의 선명도가 월등히 뛰어난 HDTV 카메라로 촬영돼 푸른색의 지구가 황량한 달 표면과 아름다운 대조를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야의 정식 프로젝트명은 '셀레네(Selene)'로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을 의미한다. 또 가구야는 일본 전래동화 '다케토리 모노가타리(竹取物語)'에 나오는 '달로 돌아간 가구야 공주'에서 따온 이름이다. 현재 가구야는 달 궤도를 돌며 각종 관측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은 5년 내에 달 탐사 무인 로봇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달에 유인 기지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다케토리 모노가타리(竹取物語)=일본의 가나 문자가 발달해 문장 표현이 다양해진 헤이안(平安)시대(794~1185)로부터 전해지는 산문. 줄거리는 다케토리 할아버지가 대나무 숲에서 발견한 어린아이가 사실은 죄를 지어 잠시 지상으로 내려온 달나라 공주(가구야 공주)였고, 공주는 보름달이 뜬 밤에 하늘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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