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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아,이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극단 서전이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아,이상(李箱)』은 스스로 박제가 되기를 원한 천재시인 이상과 꼽추화가 구본웅의 음모(?)를 다룬 작품이다.그들의 음모는 하나.바로 「천재의 탄생」이다.
『날개』『봉별기』『오감도』등 그 자신의 소설과 시를 통해 일반에 알려진 이상의 모습은 행여 사실과는 달리 지나치게 미화된것은 아닐까.이 작품은 그같은 질문을 객석에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쉽게 상처받고 절망하는 젊은이,여색에 탐닉하다 폐병을앓게 되고 근엄한 숙부밑에서 숨소리도 내지 못하는 심약한 존재로 극중 이상은 그려진다.사회나 조국의 문제에는 조금도 관심이없다. 천재시인 이상에 대한 일반의 관념을 깨뜨리는 이 작품은신화의 허구를 밝혀내는데 그치지 않고 천재의 속살을 보는 은밀한 재미까지 더해준다.천재 만들기에 청춘을 건 꼽추화가 구본웅,사랑에만 탐닉하는 이상,그리고 천재사랑에 온 몸을 내던진 기생 금홍,세 젊은이의 삼각갈등은 물고 물리는 순환고리를 가진다.이들의 갈등이 극을 떠받치는 뼈대를 이룬다.그런만큼 이들 세배역의 하모니는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요소.김갑수.이찬우.
김호정의 탄탄한 연기는 개성있는 인물창 조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태백산맥』의 염상구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상역의 김갑수는 병약하면서도 광기가 번득이는 웃음과 극도로 희화된 표현으로 독특하면서도 정감가는 이상을 만들어냈다.이찬우의 구본웅은 무게있는 음색과 절제된 연기로 귀족풍 꼽 추화가를 보여준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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