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김대중 도서관서, 서태지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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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가수 서태지(본명 정현철.32)씨가 만났다. 10일 오후 3시 서울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 집무실에서다. 전직 대통령과 대중가수의 만남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金전대통령이 서씨를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청년문화를 선도하는 주체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검은색 재킷과 힙합 스타일의 카키색 면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도서관을 방문한 서씨는 金전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金전대통령은 "오늘 가장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기쁘다"고 인사를 건넸고 서씨는 "3년 동안 정성껏 만든 것"이라며 최근 낸 7집 앨범 '라이브 와이어(Live Wire)'를 선물했다.

金전대통령이 "방송하는 데 말썽이라면서요. 옛날에도 '시대유감'이란 노래 그랬는데…" 라며 최근 서씨의 두개 곡이 방송금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자 서씨는 "그래서 팬들이랑 싸우고 있어요"라며 金전대통령의 관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金전대통령은 "서태지씨는 서양의 록음악을 우리 음악과 접합시켜 높은 음악성을 낳을 수 있었다. 나운규가 영화사에서 그렇듯이 서태지씨도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金전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나서서 문화 일꾼들을 도와줘야 하지만 도와주되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죽이는 일"이라고 대중문화에 관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전격적인 만남은 金전대통령이 최근 서태지씨의 음악 인생을 조명한 TV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金전대통령은 "서태지씨는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음악과 춤에 있어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고, 사회적인 뜻을 가진 가수"라고 말한 바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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