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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치 해협은 '죽음의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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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서 11일 강한 폭풍과 파도로 조난을 당해 바위 위로 밀려온 배를 현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케르치 해협 AP=연합뉴스]

세계 각지의 바다가 잇따른 환경 재앙에 신음하고 있다. 유조선이나 화학물질 운반선이 침몰해 원유와 유해물질이 새어나오면서 바다가 심하게 오염되는 재앙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1일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서 강한 폭풍으로 유조선과 유황 운반선 4척이 연이어 침몰하면서 인근 바다가 심하게 오염돼 황폐화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타르타스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50분쯤(현지시간) 중유 4800t을 싣고 러시아 캅카스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 '볼가네프티-139'호가 강한 바람과 파도에 부딪쳐 두 동강 났다. 이 사고로 약 2000t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고, 5m가 넘는 파도가 일어 모든 선박에 비상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러시아 환경감독청 올렉 미트볼 차관은 "유출된 중유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며 "이를 제거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해역은 중부 시베리아에서 흑해로 이동하는 희귀 조류의 이동로이자 돌고래의 서식지다. 이에 따라 기름 유출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조선에 이어 유황 운반선 3척도 강한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오전 10시30분쯤 역시 캅카스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선박 '볼노고르스크'호가 침몰하면서 약 2400t의 유황이 유출됐다. 뒤이어 2000t의 유황을 운반 중이던 우크라이나 화물선 '코벨'이 사고를 당한 볼노고르스크호와 충돌해 침몰했다. 3500t의 유황을 실은 러시아 선박 '나히체반'도 침몰했다.

사고가 나자 러시아 측은 비상사태부 요원과 군인.환경전문가 등 500여 명과 20여 척의 선박을 긴급 투입해 유해물질 차단과 인명 구조에 나섰으나 폭풍이 가라앉지 않아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 우크라이나도 사고 처리에 나서고 있다.

케르치 해협 사고는 선박 침몰로 인한 해양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조선 사고로 매년 약 40만t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이달 7일 한국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교각과 충돌해 22만L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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