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간 꽉 막힌 울릉도 일주도로 4.4 ㎞ 이어 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승객 여러분 이곳이 일주도로의 끝입니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10일 오후 경북 울릉군 북면 섬목. 관광객을 태운 25인승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차량에서 내린 관광객 앞에 매점 건물이 나타난다. 매점 뒤로 자갈밭이 이어지다 가파른 절벽에 막힌다.

"도로 4㎞ 구간을 뚫지 않아 40㎞를 돌아가야 하다니…."

관광객 이필홍(61.서울 한남동)씨는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수년간 울릉도를 찾았지만 이곳에만 오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이효선(51.경기도 평택시)씨는 "도로가 뚫리면 관광객이 증가하고, 독도를 찾는 사람도 덩달아 늘어나 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릉군의 해안 마을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일주도로(926호 지방도)가 첫 삽을 뜬 지 44년이 되도록 완공되지 않고 있다. 전체 44.2㎞ 중 39.8㎞를 2001년 9월 개통한 뒤 나머지 구간(울릉읍 내수전~북면 섬목 사이 4.4㎞)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섬목에는 휴일이면 하루 2000여 명, 연간 25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관광용 25인승 버스와 택시 100여 대가 섬목을 돌아 나간다. 관광객이 내린 도동항까지 두 시간가량 걸린다. 주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 아니다. 섬목 인근 천부1리의 250여 가구 주민 700여 명도 코앞에 있는 도동까지 다니느라 3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

이철우(54)씨는 "2년 전 태풍으로 도로가 끊어졌을 때 60대 환자를 들것에 싣고 산길로 도동의 병원으로 가다 숨진 적도 있다. 주민의 고통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정윤열 울릉군수는 "관광객과 주민의 불편이 너무 크다"며 정부에 공사비를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자체 살림살이로는 2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마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8일엔 직접 경기도 안양시의 국토연구원을 방문해 정부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방도로 돼 있는 일주도로를 국도나 국가지원 지방도(국지도)로 승격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릉군은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에 모두 여덟 차례 같은 건의를 했다.

◆왜 뚫리지 않나=2000년 2월 울릉군은 일주도로의 미개통 구간인 내수전~섬목 간 도로를 내기 위해 기본계획을 세웠다. 당시 8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섬목에서 터널을 뚫거나 절벽을 깎는 형태로 연결한다는 계획이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은 울릉군의 이런 계획에 대해 "해안 절벽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다 2003년 12월 "다만 전 구간을 터널화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신을 울릉군에 보냈다.

울릉군의 한봉진(47) 토목담당은 "터널을 뚫거나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설계를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울릉군은 미개통 구간 도로 개설에 2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도와 울릉군의 재정이 넉넉지 않아 국가가 예산을 집중 투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군수는 "경북도 예산으로 공사를 하면 또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하루빨리 국도로 승격해 국가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도로정책과 손종철 서기관은 "울릉도와 독도의 중요성을 고려해 도로 승격 등 지원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릉도=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