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쌍춘년 갔는데도 결혼·출산 계속 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홍보업체에 다니는 김모(29.여)씨는 얼마 전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 겉으론 '화려한 싱글' 예찬론자였지만, 솔직히 결혼한 친구들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이 불안할수록 김씨는 결혼을 통해 안정을 얻고 싶었다.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2004년부터 신혼부부가 늘어난 데 힘입어 신생아 수도 지난해 4월부터 올 9월까지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소한 몇 년간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 4년 연속 증가=2003년 30만6000건을 기록한 이후 늘기 시작한 혼인 건수가 지난해엔 33만3000건에 달했다. 지난해가 결혼하면 좋다는 '쌍춘년'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도 이런 증가세는 이어졌다. 9월 말 현재 혼인 건수는 24만7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만6000여 건보다 크게 늘었다.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의 홍경희 차장은 "올해도 아이를 낳으면 좋다는 '황금 돼지해'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직장을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직장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 남녀가 많아지면서 결혼을 통해서라도 안정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그런 이유로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기가 많아진다=보건복지부 주민등록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태어난 갓난아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8000여 명(8.5%)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년보다 6700여 명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면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도 올해는 1.25명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5~6년 전 수준을 되찾는 것이다.

◆"경제적 안정이 결혼.출산 늘린다"=결혼과 출산이 다시 느는 현상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삼식 저출산정책연구팀장은 "경제적 원인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후 '경기침체→결혼 지체→출산 자제'의 악순환이 이어졌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4.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가 비교적 안정화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김서중 저출산대책팀장은 "2004년부터 추진한 양육비 지원과 같은 저출산 대책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2005년 보사연이 20~44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남성 2.2%, 여성 3.7%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런데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올해 24~33세의 미혼남녀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결과 '결혼을 평생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남성 1.6%, 여성 2.8%로 더욱 줄었다.

이 팀장은 "최근의 결혼 증가세를 볼 때 2010년까지는 출산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