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고 병원보다 수술 후 완치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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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박근칠 센터장(앉은 사람)과 심영목 삼성암센터장, 최준영·안용찬·권오정 교수(선 사람 오른쪽부터)가 환자의 폐 사진을 보면서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암 가운데 발병률 2위, 사망률 1위의 폐암은 조용하지만 무서운 암이다. 환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진행돼서 의사가 손쓰기 힘들 때 발견되기 일쑤다. 그러나 폐암에 걸렸다고 지레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술법과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어 환자가 살 확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에 적어도 환자의 생존기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뛰어난 팀워크가 비결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폐암치료센터는 치료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센터가 1994~2001년 수술 환자 936명을 조사했더니 5년 생존율이 55.1%로 조사돼 미국 최고의 암 치료기관인 MD앤더슨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암 수술 후 5년 생존하면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박근칠 센터장(혈액종양학과)은 “치료팀의 팀워크가 비결”이라고 말했다. 호흡기내과·혈액종양내과·영상의학과·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 등의 의사와 전문간호사가 유기적으로 협진하고 수시로 만나 최적의 치료법을 의논한다.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며 ‘선생님’ 대신에 ‘형, 동생’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또 입원·진단·치료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을 줄인다.

이들은 병실이 부족하고 공간이 좁아 밀려드는 환자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점이 신경 쓰인다고 한다. 2008년 초 삼성 암센터가 문을 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칠 센터장 ‘이레사’ 임상시험

팀원 면면을 보면 모두가 ‘스타급 의사’다. 영상의학과 이경수 교수는 미국의 의학교과서 『폐의 질환들(Diseases of Lung)』의 필진 중 한 사람이다. 2000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가슴 사진을 보고 폐암을 정확히 찾아냈다. 당시 이 회장을 치료한 미국의 의사들도 “어떻게 그 단계에서 암인지 찾아낼 수 있었느냐”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국내 호흡기질환의 최고 대가였던 고(故) 한용철 박사의 수제자로, 빈틈없고 친절하게 진료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의 사위이기도 하다.

박 센터장은 국내에서 ‘표적 항암제’ 이레사의 임상시험을 주도했으며 표적 항암제가 동양인에게 특히 치료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기존의 항암제를 투여했다가 치료가 안 된 환자에게 이레사를 처방했을 때 서양인은 종양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10% 미만이지만 동양인은 25~35%나 된다는 것. 게다가 50~60%는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증세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목 교수 수술 실력 세계 수준

최근 삼성 암센터의 수장을 맡은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는 매년 200여 명을 수술한다. 그의 손을 거친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보면 1기 암일 때 71.1%, 2기는 40.8%, 3기 30.7%인데 이 정도면 세계적 수준이다.

심 교수는 “‘폐암은 수술하는 순간 번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오해”라며 “수술하면 완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폐암은 1·2기와 3기 일부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매년 1만4000여 명에게서 발병하며 이 가운데 25~30%가 수술 대상이다.

심 교수는 “폐암은 진단이 어려워 의사가 1·2기인 줄 알고 가슴을 열었다가 말기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에는 수술이 의미가 없어 가슴을 닫는데 이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듯하다”고 설명한다.
폐암은 수술하면 번진다는 오해가 있지만, 가능하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 교수는 최근에는 ‘폐 소매 절제술’처럼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예전 같으면 포기했을 수도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완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박 센터장은 “2000년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 로슈의 타세바 등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 항암제’와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하는 로슈의 아바스틴 등 신개념의 항암제가 잇따라 등장해 치료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항암제는 지금까지 다른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했지만 얼마 전부터 초기의 폐암 환자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당뇨병처럼 평생 같이 갈 수도

X선 촬영과 가래 검사가 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역시 비용에 비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팀은 방사선 조사량(照射量)을 보통 CT의 6분의 1 정도로 줄인 ‘저선량 나선형 CT’로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폐암 환자가 치료에 대한 허무주의만 극복하면 암과 더불어 살 수 있습니다. 당뇨병처럼 말입니다. 좋은 약들도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박 센터장)

폐암 예방하려면 무조건 금연을

폐암의 주범은 담배다. 서양에서는 남성 폐암 원인의 90%가 담배라고 본다. 여성은 70%다. 동양 남자는 서양과 별 차이가 없다. 동양 여성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흡연 때문에 발병했고 나머지는 간접흡연이나 요리할 때 나는 연기와 김, 라돈·석면 등 공기 중 발암물질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의학자들은 순한 담배와 간접흡연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냈다. 특히 순한 담배는 폐암 중 선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졌고, 간접흡연 역시 폐암의 원인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제12차 학술대회에서 의학자들은 세계 각국이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궁극적으로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담배규제선언문’을 채택했다.

물론 담배를 끊는다고 곧바로 폐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폐암은 보통 몇 년 동안에 걸쳐 세포가 변형된 뒤 암세포가 생기고 그 다음 서서히 진행한다. 한 개의 암세포가 분열해서 암세포 덩어리가 1㎝ 정도 되는 데 20년 정도가 걸린다. 일단 암세포가 분열을 시작했다면 담배를 끊는다고 해서 암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청소년기와 20대 초에 흡연을 하면 인생의 황금기에 폐암으로 쓰러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시기 금연이 더없이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교수는 “40~50대가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으면 앞으로 생길 암의 확률을 줄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흡연자 중에 암세포가 생기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금연은 향후 암 예방에 필수이며 주위 사람이 간접흡연으로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고 강조했다.

이성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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