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 제주 사람 발자국 화석 생성시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주도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화석의 생성시기가 5만년 전이라는 문화재청 조사팀의 추정이 나오자 곧바로 지질학자인 경상대 손영관 교수가 4천년 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손교수는 화석이 나온 지층(하모리층)에서 나온 전복껍데기 등의 연대를 탄소동위원소측정법으로 측정한 자료를 제시했다.

*** 다른 보고서 원용 '5만년' 발표

◇논란 왜 커지나=무엇보다 이번 화석 조사팀이 자체 연대 측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화석의 나이를 추정했기 때문이다.

조사팀은 대신 2002년 문화재청이 원종관.황상구 교수 등에 의뢰해 작성한 '지질 광물자원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활용했다. 보고서는 화석산지 인근의 현무암을 암석연대측정법인 포타슘-아르곤법에 의해 측정한 결과 5만년 전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래픽 크게 보기>

그러나 정작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인 황상구(안동대) 교수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연대측정의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이번 발표와 자신의 연구결과를 결부시키는 데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시 송악산 현무암을 시료로 연대 측정을 한 적은 있으나 그 보고서는 지층이나 송악산의 형성시기 등에 주안점을 둔 것은 아니었다"며 "발표하는 측(문화재청)에서 너무 편하게 해석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교수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팀은 ▶손교수가 시료를 채취한 지역은 화석산출 지역이 아닌 인근 송악산 건너편이며▶시료를 채취한 지층과 화석 산출 지층이 같은 것인지 알 수 없고▶일부 지역에서 손교수가 제시한 지층구조가 거꾸로 나타나는 등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4만6천년의 시간차=화석의 생성연대가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추정대로 화석의 생성연대를 5만년 전으로 보면 발자국의 주인은 중기 구석기인. 지질학자들은 당시 제주도가 중국 대륙까지 연결되는 육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 사람 발자국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가 어떤 루트로 한반도에 유입됐는지, 또 이후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게 조사팀의 입장이었다.

문화재청의 발표 당시 양승영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최남단에 구석기인의 발자국이 나왔는데 종래의 통설대로 최초 인류가 북방을 통해서만 왔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남쪽이나 바다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며 북방 유래설의 수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나 4천년 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발자국의 주인공은 이미 정착.농경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인이나 초기 청동기인들이다. 또 4천년 전이라면 단순한 인류가 아니라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일 가능성이 크다.

또 발자국의 주인공은 빌레못이 아닌 화석산지 인근에 위치한 상모리 청동기 유적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 "정부 차원 연합조사 벌여야"

◇객관적 조사 시급=발자국 화석의 하부에서 조개껍데기 등을 발굴해 탄소동위원소측정법으로 연대를 측정하는 일 등이 시급하다.

5만년은 암석의 연대측정 차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라 문화재청의 보고서가 활용한 포타슘-아르곤법으로 측정할 경우 결과가 너무 광범위하게 나온다. 또 손교수가 활용한 탄소동위원소측정법도 1만년을 넘어가면 측정 자체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광물 입자로 연대를 측정하는 기법인 OSL법 등이 그것이다. OSL은 원자로를 이용해 광물 입자가 마지막으로 햇빛을 받았던 시점을 밝혀내는 기법으로 현재 국내에도 관련장비가 도입돼 있다.

서울대 김수진(지질학)교수는 이에 대해 "현 상태로 논란을 벌이기보다 정부 차원의 연합조사단을 구성해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