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등교육을 깨뜨리자-IQ백70의 바보.IQ백의영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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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송(宋)나라 때 가장 많은 신동(神童)을 배출한 고장으로 요주땅을 꼽는다.그 비결은 이곳에 유명한 스승이 있었는데,재능이「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다섯살 된 아이에게 학문.예술.무예등의 재능에 따라 그 독특한 재능을 집중적으 로 가르친 때문이라 한다.미국 학자 루이스 타이먼은 천재아 4천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IQ 1백70 이상의 超(초)천재는 대부분 정신질환 증세에다 사회생활면에서는 오히려「바보스러운」면을 보인데 비해 IQ 1백30~1백50정도의 사람들 은 다빈치.뉴턴.아인슈타인과 같이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달 1일 열린 아태(亞太)영재학회에서는「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강조했던 에디슨의 경우처럼 IQ 90~1백30사이의 아동도 재능의 조기 발견.조기 교육,그리고 심화학습을 통해 특유의 재능을 개발하도록 함으로써 그 분야 의 영재로 육성할 수 있다는 사례도 발표됐다.
사회발전의 측면에서 볼 때,농업사회가 단순사회였다면 산업사회는 세분화.전문화 사회,그리고 정보화사회는 그 전문화.세분화된영역을 수많은 시스템으로 엮는 멀티미디어 사회인 것이 역사 발전의 기본골격이다.사실 단순사회였던 농업사회에서 는 여러 분야의 영재가 필요하지 않았다.그러나 세분화.전문화된 산업사회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IQ 1백30~1백50의 소수 영재가 필요했다. 더욱이 정보화사회에서는 세분화.전문화의 여러가지 능력을 순열조합으로 엮은 수많은 멀티미디어의 시스템 사회라는 점에서 산업사회보다 다수의 영재가 필요하고 또 다수의 영재가 가능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때문에 IQ 1백40 내외보다 는 월등히 많은 IQ 1백 내외의 평범한 아동 중에서 다수의 영재를 개발해야 하는 점이 정보화사회의 교육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선진국에서는「집단을 훌륭하게 지도할 수있는 사람이 영재고,집단에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사람도 영재며,복잡다단한 문제를 단순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영재」라고 영재의 정의를 폭넓게 풀이하고있다. 따라서 정보화사회에서는 재능이「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IQ 1백 정도의 재능을 평등교육보다는 수월성.다양성.창의성교육으로 99%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국가적 교육제도가 강조되고 있다.
혹자는 지금 일본의 교육형태를 산업사회 교육,미국 교육을 정보화사회 교육이라고 지적한다.일본 교육이 미국에 비해 수월성.
다양성.창의성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최근 들어 일본의경쟁력이 미국에 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교육경쟁력이 뒤지는데 근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는 특히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상품 생산방식도 산업사회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정보화사회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따라서 정보화사회의인력 생산도「소품종 대량생산」보다「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이 시 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기존 교육의 틀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갓 태어난 아기의 체중은 어른의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뇌의무게는 어른의 80%나 되기 때문에 몸의 활동과는 달리 뇌의 활동만큼은 조기개발의 필요성을 전문가들은 주장하 고 있다.더욱이 지능개발은 4세까지 50%,8세까지 80%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재능의 조기발굴 진단법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다품종」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력생산은 지금과 같은 평준화와 평등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재능의 조기발굴과 조기 교육,재능별 전문 지도교사 양성과 전문 학습프로그램 개발,재능별 전문 연구기관 설립,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할 창의적이 고 다양한 교육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영재교육으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바로 이같은 교육방식과 철학으로 세계인구의 불과 0.34%인 처지로도 세계지도자의 20% 이상을 배출했고 특히 경제 부문 65%,의학부문 23%,물리.화학 부문에서는 33%의 노벨상을 석권할 수 있었다.
높은 지능지수의 특정 소수가 아닌 보통의 지능지수를 가진 불특정 다수를 영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관한 기존의 사고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여론을 의식하고 기존형식에 묶인 검증작업으로 헛돌다 보면 결국 경쟁력 있는 교육으로의 개혁은 단지「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더욱이 과거나 현실의 문제 해결에 집착하면「IQ 1백70」은물론「IQ 1백」조차도 바보로 만드는 우(愚)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 ◇필자 약력 ▲서울대 약대 졸업(약학박사)▲변리사▲11,12대 국회의원▲과학기술처장관▲現 한국우주소년단총재.영재학회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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