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주한미군의 역할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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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이 높아진 미묘한 시점에 주한미군이 재배치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전방의 병력과 기지를 후방으로 옮기는 일이다.

주한미군은 범죄와 환경 오염 문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불평등 논란 때문에 최근 몇년 동안 집중 재조명을 받아왔다.

주한미군 재배치를 계기로 그 의미와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의 역사 및 역할, 바람직한 한.미 관계 등을 공부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 현대적 의미의 군사협력 관계는 1945년 9월 패전한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위해 미군이 들어오며 본격화했다.

한국전쟁에 미군이 참전하며 두 나라는 안보와 외교 면에서 중요한 동맹관계로 발전했다. 동맹의 기본 틀은 휴전 바로 뒤인 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맺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조약의 뼈대는 양국 가운데 한쪽의 안전 또는 정치적 독립이 외부의 무력 공격에 의해 위협당한다고 인정될 경우 언제든 서로 협의해 대처하는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북한과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양국의 연합 방위체제 덕에 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 안정적인 안보 환경 아래서 경제가 발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정착할 수 있었다.

주한 미군은 미국과 소련이 이념적으로 맞서던 냉전시절엔 4만~7만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만7천명 정도다.

주한미군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개입을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남침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한미군이 없다면 북한의 침공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북한은 현재 경제가 어려워도 우리의 두배 가까운 1백17만명 이상의 현역 군인을 유지한 채 막강한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또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은 전쟁을 대비해 장비와 탄약.물자 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국방비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안보에 안정감을 얻은 외국이 투자할 수 있고, 교역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또한 주일미군과 함께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과 안정에 기여한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빠져나가면 힘의 공백이 생겨 일본과 중국의 군비 경쟁을 부르고 우리를 더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군의 해외 주둔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세계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한다. 미국은 현재 30여개국에 25만여명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이들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 자기 나라의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군의 해외 주둔은 냉전시절엔 공산 세력의 확장을 막아 미국을 축으로 했던 세계 자본주의를 사회주의 경제체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경이 없는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다.

☞본지 2월 5일자 14면, 1월 26~30일자까지 다섯 차례 연재된 '막 오른 주한미군 재배치'시리즈 기사, 2003년 2월 27일자 21면 등 참조.

이태종 NIE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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