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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코너] '교사 평가제' 학생들은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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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최근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교사 평가제 도입을 거론하자 학교 교장단 등은 환영했지만 교원단체 등은 반대해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안부총리의 주장 요지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앞설 수 없으므로 다른 분야처럼 교사도 스스로 노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방안으로 학생.학부모나 동료 교사가 교사를 평가해 승진 등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교사 평가제가 제시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은 어떤지 들어봤다.[편집자]

*** 이래서 찬성

연구도 않고 수업…학생들 불신 키워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에 돈을 대느라 허리가 휜다.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학생에게 수능 점수를 잘 맞으려면 과외를 하거나 입시학원을 다니라고 권할 정도다. 교사도 학교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무너진 공교육을 다시 일으키겠다며 정부가 교사 평가제란 대안을 들고 나왔다.

공교육의 원천은 교사들의 자질인 만큼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사들의 실력 향상은 필수다. 따라서 부적격 교사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는 지금의 교육제도에서 교사 평가제는 필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 간의 경쟁은 끊임없는 노력을 불러 교육 여건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교사는 중도 탈락할 위험이 적어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일부 교사는 여기에 안주해 연구를 하지 않는 수업을 하기도 한다. 결국 경쟁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학원강사들보다 질 낮은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생기게 되었다. 이런 탓에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자녀를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게 됐다.

일선 교사들의 경우 "교사 평가제는 필요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그 점이 어렵다"고 말한다. 평가 방식만 믿을 수 있다면 평가제 실시는 적절하다는 말이다.

대다수 학생은 교사 평가제를 적극 찬성한다. 심지어 "실력은 있지만 열의가 떨어지는 교사들 대신 유능하진 못해도 학생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참스승을 원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공교육 현실은 더 이상 돌아갈 길을 찾을 만큼 느긋한 실정이 못된다. 학교를 믿지 못하고 엄청난 돈을 사교육에 쏟아붓는 가계와 사교육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학생들을 구하는 데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하루 바삐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평가방식으로 이루어진 교사 평가제를 도입해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는 데 일조해야 한다.

문명호 학생기자 (충남 호서고 2년)

*** 이래서 반대

입시학원식 수업…학교도 물들 우려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교실에선 탐구.심화 학습이 어렵다. 오로지 점수를 잘 따기 위한 '찍기'기술만 배운다는 느낌이다.

내실이 있는 수업을 받고 싶지만 교과과정이 빠듯하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이 의욕은 있어도 시간이 모자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학교에 경쟁, 시장 논리를 도입해 공교육의 위기를 해소하자는 뜻에서 교사 평가제 도입 방침을 내비쳤다.

입시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교사 평가제를 실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 생각대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사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혁신과 개발을 함으로써 학교를 구할 수 있을까.

교사 평가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력 있는 교사 양성이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누구나 잘 가르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게 자명하다. 그리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선생님들은 입시학원식 수업 패턴을 도입할 것이다. 마침내 교사 평가제와 더불어 학교를 배경으로 한 교사 주연의 스펙터클한 '티처 서바이벌' 영화가 개봉되는 것이다.

수능에 맞춘 유형별 학습으로 답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등 테크닉에만 매달려 애초 탐구.심화 학습은 한발 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교사 평가의 잣대가 수능 점수 결과와 명문대 진학률에 한층 더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평가제로 교사 상호 간의 평가 방식 도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평가제도 또한 서로 협력해야 할 교사들끼리 반목할 여지가 있다. 자칫하면 교직사회 내부의 분열까지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하는데 교육 당국은 헛다리를 짚었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대학입시에서 수능 반영 비율을 낮추고 엄정한 관리가 된다는 전제 아래 내신제도를 보완.강화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내신제도 강화는 사교육에 매몰된 공교육을 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김태호 학생기자 (경기 경민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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