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세非理 다른데는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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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천(仁川)북구청 세무비리(非理)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더욱 더 어이없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몇몇 공무원들에 국한된 은밀한 부정과 비리가 아니라 간부들의 묵인아래 저질러진조직적.구조적인 것이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구속된 북구청 말단 여직원인 楊모씨도 부정이 대부분 주위 공무원들의 청탁을 받아 저질러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간부들 자신부터 탈세(脫稅)한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다.
범행수법도 부과 세액을 낮춰 기재하거나 고무인을 위조하는 지극히 원시적인 것이었다.임시직 세무보조원으로 들어왔던 楊씨도 그 수법을 귀동냥.눈동냥으로 배웠다고 할 정도였다.이는 그렇게해도 적발이 안될 정도로 관리체계와 감사내용이 허술하고 형식적이었다는 말도 되고,동시에 귀동냥.눈동냥으로도 수법을 배울 수있을만큼 부정이 만연돼왔다는 얘기도 된다.
이것이 인천에만 국한된 일일까.인천북구청의 사정이 이랬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다른 지방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않을 것이다.부정이 그토록 쉽고 탄로날 위험성도 거의 없는데 다른 지방의 공무원이라고 해서 유혹을 느끼지 않 았을까.
당국의 수사는 인천에 집중되고 있다.물론 표면화돼 있고 구체적인 범죄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만큼 그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당연한 것이다.그러나 인천구청들에 대해서만 이잡듯 하고 다른 지방에 대해서는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는 식이어서는 국민의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
사건 직후 내무부가 전국에 감사(監査)지시를 하긴 했다.그러나 인천시 감사실장이 바로 前인천북구청 부구청장이었던사실에서 보듯 자체감사로는 엄정한 감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와 인맥(人脈)으로 되어있는게 공무원사회다.
사건의 중요성으로 보아 수사당국의 조사나 최소한 감사원의 감사라도 있어야 한다.업무의 전산화(電算化)등 근본대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건의 확대를 덮는 구실이 되어선 안된다.뿌리도 캐야 하지만 썩은 가지 역시 이번 기회에 낱낱이 잘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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