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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숲으로 함께 산책하실래요?

중앙일보

입력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러나 새삼 삶의 진리를 거론하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팍팍할지 모르겠다.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철학이나 ‘시 나부랭이’를 읊조렸다가는 조롱 섞인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인문학이 필요하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며 속도 경쟁을 할 때일수록, 어디로 가야할지 멀리 보고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그래서 소중하다.

김민웅의 『자유인의 풍경』은 ‘위기의 인문학’이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고민한 책이다. 인간과 역사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는 인문학은 때로 너무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는다. 그러나 인문학이 담고 있는 오랜 문명의 자산과 인류의 지혜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실용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한다. ‘성장’에는 열을 올리지만 ‘성숙’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를 안타까워하며,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 데 필요한 삶의 양식을 꼭꼭 씹어준다.
 
장르를 넘어서는 성찰
책은 시·소설·희곡·영화·신화·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를 망라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끄집어낸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을 통해서는 숭고한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아름다운 용기에 대해 말하고, 차범석의 희곡 『산불』에서는 역사의 질곡 속에 타버린 인간의 원초적 갈망을 읽어낸다. 또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줄을 탄 까닭과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보여주는 진실에 대해 말한다. 속부터 곪아가고 있는 국가의 병을 진단해 줄 ‘간장선생’이 우리에게 있는가도 자문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거침없이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지 문학작품과 연극 등을 읽으면서 살펴보았고, 어떻게 하면 상처와 좌절을 딛고 힘 있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 시와 영화, 그리고 그림 안에서 찾아보려 했습니다. 역사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생각과 자세는 어떤 것인지 철학과 신화의 세계에 머물러도 보았습니다.”
그는 다양한 인문학적 텍스트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맑은 계곡물을 가만히 떠 그릇에 채우는 일”에 비유한다. 자연의 모든 것이 응축된 계곡물을 담아내듯 인간이 겪는 고뇌와 갈망을 말하려 한다.
  
산책의 동반자 같은 글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큰 숲의 작은 산책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숲이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듯 인문학은 우리 삶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다. 천천히 걸으며 공기를 들이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 각양각색의 나무와 풀, 꽃을 둘러보는 동안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석이 산책에 동행한다. 인문학이 주는 오래 익은 열매를 맛볼 수도 있다. 배경지식이 풍부해 지는 것은 덤이다.

총 40편의 글들이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장(章)씩 펼쳐보며 인문학의 숲으로 산책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깊은 사유를 즐기다보면 바쁜 생활 속에서 삶을 돌아보는 작은 여유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프롤로그에 밝힌 저자의 바람은 충분히 이뤄질 것 같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때로 조용하고, 때로 경쾌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자료제공=한길사 / 031-95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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