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펀드도 발품 팔면 수수료 절반 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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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23면

회사원 김모(40)씨는 ‘온라인 펀드몰’ 애호가다. 요즘 펀드 가입을 위해 1시간씩 증권사 객장에서 기다리기 일쑤라는 지인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온라인 펀드몰을 추천한다. 실제로 김씨는 온라인 펀드몰을 통해 수수료가 낮은 펀드를 사서 큰 재미를 봤다. 김씨는 지난 3월 키움증권 온라인 펀드몰에서 중국 펀드인 ‘한화꿈에그린차이나C2’를 매수했다. 이 펀드의 수수료는 연 1.5%로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되는 같은 유형의 C1 펀드보다 0.95%포인트 낮다. 그러나 수익률은 온라인 전용인 C2가 오프라인의 C1보다 오히려 높게 나오고 있다. 사실상 같은 펀드지만 수익률이 차이 난 것은 수수료 때문. 온라인 전용 펀드인 C2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일 현재 80.21%로 C1(79.42%)을 앞섰다.

온라인 펀드몰 100% 활용법

0.95%포인트란 수수료 차이는 언뜻 보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80%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판에 0.95%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러나 투자금액이 크고 기간이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5000만원을 한화꿈에그린차이나펀드 C1과 C2에 각각 투자했다고 치자. 1년이면 수수료 차이가 52만원 난다. 이 펀드들이 각각 연 20%의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10년이 지나면 수수료에서만 1356만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키움증권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e-일등기업주식1펀드’는 연간 수수료가 0.544%에 불과하다.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펀드 수수료는 대개 2%대. 수수료가 낮다고 해서 엉터리 펀드는 아니다. 이 펀드의 1일 현재 1년 수익률은 72%.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7.6%)을 크게 앞질렀다.

온라인 펀드도 옥석 가려야

온라인에서 판다고 해서 모두 수수료가 싼 게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와 같은 금액을 받는 ‘무늬만 온라인 펀드’도 숱하게 많다. 가령 여러 금융회사가 온라인에서 파는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4호는 연간 수수료 1.6%와 가입 때 한 번 걷는 선취수수료 1%를 합치면 2.6%의 수수료를 받는다.

온라인 펀드몰에는 수수료가 낮은 온라인 전용 펀드와 오프라인과 같은 수수료를 받는 온·오프 겸용 펀드가 있다. 이 중 온·오프 겸용 펀드는 수수료가 싸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신증권의 온파인 펀드몰(부자펀드몰)의 경우 온라인 전용 펀드가 5개, 겸용 펀드는 120개에 달한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온라인 펀드몰(펀드하자닷컴)에 입점한 펀드 800개 중 32개만이 전용 펀드로 분류된다.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전용 펀드몰을 개설한 키움증권은 현재 전용 펀드 15개와 겸용 펀드 29개를 판매하고 있다. 전용 펀드 중에서도 펀드매니저의 손이 갈 필요 없는 인덱스 펀드가 많아 고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겉돌고 있는 펀드 수수료 인하정책

금융감독위원회는 현재 펀드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의 권유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새로 설정할 때 보수가 낮은 온라인 펀드를 내놓고 있지만 수수료 차이는 미미하다. 대부분 0.2%포인트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가령 얼마 전 출시된 PCA투신운용의 ‘PCA중국주식자투자신탁’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펀드 수수료 차이는 0.28%포인트에 머물렀다. 또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그레이트차이나주식종류형자1’펀드의 수수료 차이는 0.19%포인트다.

이 같은 현상은 자산운용사들이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창구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백화점에 100만원에 납품하는 상품을 마트에 80만원에 공급하면 백화점 측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수수료가 파격적으로 낮은 온라인 펀드를 공급한다면 판매창구에서 오프라인 펀드를 잘 팔아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미래에셋 일부 펀드 수수료 파격 인상

미래에셋은 명품 펀드를 지향하며 수수료를 거꾸로 파격적으로 높게 책정한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펀드는 투자대상 자산과 투자지역 등에 아무 제한을 두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돈을 굴리는 이른바 ‘스윙’펀드로 고난도의 운용전략을 펴는 만큼 수수료도 높게 받기로 했다고 미래에셋 측은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펀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증권 당국이 펀드 수수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대폭 높인 명품 펀드를 내놓겠다”고 말해왔다. 그 첫 작품인 ‘인사이트펀드’는 처음 돈을 넣을 때 선취수수료 1%를 받고, 해마다 2.49%의 판매·운용 보수를 뗀다. 투자 첫해 총 수수료가 3.49%로 보통 펀드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이 펀드는 지난달 31일 설정 당일 1조6000억원어치 팔렸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 박모(51)씨는 “미래에셋의 운용 노하우를 믿기 때문에 수수료에는 개의치 않고 이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부 이모씨는 “미래에셋 창구 직원이 좋은 신상품이라고 권유해 가입했는데, 수수료가 그렇게 높은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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