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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환경을살리자>32.달리는 공해덩어리 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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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차라리 발로 뛰는게 빠르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7백만대를 돌파한 현재 서울의 도심 주행속도는 시속 16㎞대로 떨어졌다.마라토너는 42.195㎞를 2시간10분대에 주파하므로 시속 19.5㎞.도심의 자동차는 이미 인간의 발보다 느려진 것이다.게다가 자동차는 더이 상 효율적이지도,쾌적하지도 않다.자동차는 한번 쓰면 다시 충전되지 않는 석유자원을 개발해야하고,이는 한편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작업이다.더욱이 굴러가는 동안 갖가지 발암물질.유해물질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움직이는 공해덩어리=서울의 경우 자동차에서 뿜어낸 공해물질이 지표면부터 쌓여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다.
분지로 이뤄져 대기의 확산이 어려운 서울시 면적은 6백13평방㎞. 여기에 하루 1백50만대의 차량이 각 두시간가량 운행한다고 보자.
소형승용차도 있지만 트럭.버스등과 합쳐 평균 배기량을 2천㏄로 잡고 엔진의 1분당 회전수()를 2천5백으로 하면 자동차의배출가스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2천㏄×2천5백×1백20분=6억㏄ 이를 입방m단위로 환산해 1백50만대를 곱하면 9억입방m가 되는데,서울시면적에 대입하면1백50㎝높이에 꽉 차게 되는 것이다.물론 대기는 바람과 함께대류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므로 실제적으로 쌓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표면보다 지상 1백50~3백m부분의 온도가 더 높은 역전층이 형성되거나 바람이 거의 없는 경우 대기오염물질이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가정은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자동차 배기가스는 어떠한 물질로 이뤄져 있을까.
배기가스의 5%는 공해물질이다.이중 1.2%가 탄산가스며 나머지는 질소산화물.황산화물.미세먼지및 기타물질로 이뤄져 있다.
◇매연속 발암물질 10종=대표적 공해물질은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이산화황.탄화수소.분진.납.기타 중금속등이다.
이들 물질은 상호작용을 통해 인체에 생체발육장애.만성 호흡기및 순환기질환.암등을 유발한다.
〈표 참조〉 특히 자동차 배출물질 중에는 벤젠계열의 7종과 이산화질소.납.포름알데히드등 밝혀진 암유발물질만 모두 10종에달한다. 이와함께 지구환경적 측면에서는 온실효과.오존층파괴.생태계파괴.산성비.광화학스모그현상등을 일으킨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치명적이며 대표적인 발암물질은 벤조피렌.
成均館大약대 李秉武교수는『벤조피렌은 불과 몇㎍(1백분의1g)이라도 들여마실 경우 폐암.간암.위암.피부암등 무수히 많은 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암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흡연이 암 발병률을 10배정도 높이는데 비해 벤조피렌은 1백배나 높인다는 것이다.
비록 공기중에 희석돼 마시는 양은 적지만 오랫동안 체내에 축적되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美國의 연구에 따르면 벤조피렌은 연료 1갤런이 연소될 때 승용차는 최고 1백70㎍을,디젤엔진을 쓰는 트럭이나 버스는 60㎍을 각각 방출한다.
이 벤조피렌은 디젤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10배를 더 방출한다. 곧 버스.트럭이 교통오염의 주범인 것이다.
◇신호체계.운전습관도 가중 요인=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연료소모 비율과 비례한다.따라서 자동차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그만큼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여기에는 자동차 대수의 증가가 결정적 요인이지만 너도나도 차를 몰고나오는 행태도 중요한 원인이다.
또 환경처가 조사한 각국의 자동차 평균 주행거리는 우리나라를하루 1백㎞로 할 때 스페인 19㎞,일본 24㎞,독일 33㎞,영국 41㎞,미국 45㎞로 우리나라 운전자가 선진국의 2배이상자가용차를 타고다니는 셈이다.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교통체증이심해지면 배기가스가 정상주행때보다 최고 4배이상 더 배출된다.
예를들어 승용차는 탄화수소의 경우 평균시속 50㎞에서 연료 ㎏당 0.5g을 배출하지만 속도가 10㎞로 떨어지면 2g을 내뿜고,질소산화물은 0.5g에서 1g으로 증가한다.
〈그림 참조〉 결과적이지만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해 서울지하철 삼성.강남역 교차로의 시간대별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출.퇴근시간대가 가장 많았다.
강남역 교차로는 출근시간대 속도가 2.92~4.43㎞로 하루평균속도 4.43~7.57㎞의 절반이하였는데 질소산화물의 경우출근시간대가 시간당 8백96g으로 낮시간대 6백53g보다 37%나 많았다.그런가하면 평소 정비를 제대로 하지않는 운전습관도요인. 출고당시 매연 허용기준 이내였던 자동차는 운행하면서 노후되거나 부품 교체를 안해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지난해 환경처가 점검한 운행차 59만7천1백71대중 3.1%인 1만8천6백34대가 매연차량으로 적발됐다.
대부분 공기.연료여과기를 제때 갈아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폐차쓰레기도 새로운 공해=자동차는 매연공해 외에도 쓰레기공해를 낳는다.
지난해 1년동안 정식으로 폐차처리된 자동차는 모두 30만8천2백52대.92년에 비해 22%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정상적인 폐차처리를 하지않고 적당히 버리는 소위 방치차량을 합친다면 35만대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만여개 부품으로 구성된 자동차는 1천5백㏄급 승용차를 기준으로▲철▲플라스틱▲고무▲유리등 9백15㎏에 달해 이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자동차의 재활용률은 74%에불과하고 나머지는 매립장으로 직행,연간 전체 매 립쓰레기의 0.8%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큰 환경공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방치차량.
지난해 4만여대로 추정되고 있는 방치차량은 대기.수질.폐기물의 복합공해를 유발한다.
쉽게 망가지는 시트나 플라스틱부품은 해져서 공기중에 날려 기관지천식등을 일으키고,차체의 납.아연.구리.철등 성분은 비(특히 산성비)에 용해되면서 토양과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카센터.세차장도 오염원=자동차 경정비업소(일명 카센터).세차장등 특정 폐기물 소량 배출사업장의 10곳중 6곳 이상이 폐부동액.폐유.폐솔벤트등 유독물질을 함부로 버리고 있다.
***폐차 쓰레기 몸살 환경처가 최근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들 업소에 대한 표본점검을 실시한 결과 1백27개소중 80개소가 관련법규를 위반,과태료부과및 고발등 조치됐다. 이 가운데 특히 카센터는 70%가 유독성 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채 하수구를 통해 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시환경오염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서울의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량이 자동차증가.교통체증등으로 98년에는 올해의 2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러나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은 경유차의 경우 미국.일본등 외국에 비해 상당히 완화돼 있다.현재 경유중에는 유황분 이 0.4%나함유돼있는데 이 유황분은 연소돼 아황산가스로 배출되면서 실린더나 엔진부품을 부식시켜 매연배출량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경유중 황 함량을 선진국수준인 0.2%이하로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매연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정비불량.점검소홀.과적.난폭운전등이다.
정비불량은 무허가 정비공장 난립과 불량부품 공급에 따른 것인데 정비제도및 부품생산 유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운전자의 점검소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매연 정기검사제를,과적은 철저한 단속을,난폭운전은 시민들 스스로의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신호체계개선.자동차 인증제도 도입.저공해차 개발등이이뤄져야 하며,특히 저공해차 개발.판매는 美國 캘리포니아州가 의무화했듯이 어차피 세계무역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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