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휴가 三人三色-부시.레이건.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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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의 대통령에게 휴가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워싱턴 생활이 벅찬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정치인들의 과민 반응이 오히려 사태를 자주 그르치고 있다고 빈정대고 있다.
역대 대통령중 조지 부시 前대통령은「휴가狂」.그는 정해진 휴가 스케줄을 한번도 취소한 적이 없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소식을 접했을 때도 이에 아랑곳 없이 케네벙크포트 별장으로 휴가를 떠났다.그곳 테니스장에서 부시는 테니스 라켓을 쥐고 흔들면서 단호한어조로『이제 더이상 후세인에게 참을 수 없다』고 기자들에게 외쳤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은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호화판 휴가를 즐긴 대통령은 아니었다.나이 탓도 있었지만 그는원래 연기를 하듯 쉬엄쉬엄 집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 자체가 휴가였다.마치 영원한 휴양객처럼 백악관과 펜실베이니아주 목장을 뻔질나게 오갔다.
가난한 소작농 아들 출신인 클린턴 대통령은 화려한 휴가를 보낼 개인별장이 없다.그는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친구의 동부해변가 별장을 빌렸고 골프광으로 골프에 골몰한 것을 제외하고는 검소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그가 모든 것을 잊고 좀더 화려하고 긴휴가를 즐기기를 바라고 있다.
클린턴이 워싱턴에 다시 발을 딛는 순간 아이티 침공과 쿠바와같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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