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김정일외교 행보-김일성 사후에 드러나는 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北韓은 金日成사후 내부적으로 金正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구조를 구축하며 밖으로는 나름대로 발빠르고 활발한 외교활동을벌이고 있다.
金正日의 공식승계절차가 마무리된게 아니어서 새 외교정책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金正日체제의 안정에 필요한 국제적 승인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北-美회담에서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키로 합의하는등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中國.日本.러시아등과의 접촉도 주도적으로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들 4强이외에도 조문외교를 빌미로 꽤 분주한 국가간 교류를펼쳐왔다.美國과는 金日成 장례가 끝나자마자 연기된 3단계회담을재개해 전문가회의를 갖기로 합의하고 드디어 10일 평양과 베를린에서 연락사무소개설과 경수로지원을 받기 위한 회담을 갖고 있다. 韓中간의 외교관계수립으로 2년동안 소원했던 中國과는 얼마전 특사를 파견해 中國으로 하여금 군사정전위에서 철수토록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위해중국의 철수가 필요함을 강조해 中國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중국에는 최근 대외경제위원회부위원장이 방문해 식량.원유를 더공급받기로 했다.
부주석 朴成哲이 리비아.수단을 방문해 친선을 다진 것을 비롯해 동남아.중남미.아랍등지에도 고위 외교사절을 파견했다.
또 北-美회담에서 美國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경수로를 러시아제로 고집하며 韓國과 美國간에 이견을 노출시키고 러시아로 부터는 다시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초청외교도 활발하다.
金日成장례식때 외국의 조문을 사양한 것과는 달리 그후 제3세계인사는 물론 일본의 이노키참의원,독일 의원,프랑스 상원의원,이탈리아 평화와 사회주의운동 대표단,미국사회문화 대표단등 서방국가 인사들을 초청하고 있다.
金日成 생전에 초청되어 訪北한 지미 카터 前美대통령도 다시 초청해 두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북한의 외교활동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金正日式 새 외교로 평가하며 그가 앞으로 金日成보다 더 폭넓은 개방정책을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李昊宰교수(고려大)등은 특히 그동안의 對美교섭을「金正日 외교」라고 이름붙이곤『소문처럼 金日成보다 실용적.합리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金正日의 외교정책은 그가 국가주석과 당총비서에 취임하면서,또는 내년 신년사쯤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두달간의 외교행태를 뜯어보면 새 외교방향은 金日成의 유화국면 기조를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美國과의 외교관계개선으로 日本과도 관계를 개선하고,나아가 국교수립을 이뤄 국제적 승인을 통한 안보를 도모하고 생존외교를 구사하는 것이다.카터의 조언도 있었겠지만 金日成사망 직전부터 핵문제를 더 이상 긴장국면으로 이끌기보다 협 상국면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같은 기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金正日은 클린턴행정부가 중간선거와 핵확산금지조약 효력연장이라는 긴급한 이해관계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회담을 신속히 진행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4强과의 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조절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처럼보인다.중국이나 日本.러시아가 모두 북한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中國과는 지난달 30일 宋浩京 외교부 부부장을 보내 북한상황을 설명하고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한후 정전위에서 철수토록 설득한데서 알 수 있듯 대외관계에서 최우선이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생존외교를 강화할 것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과 金平一이『정치체제보다 인민들을 어떻게 잘 먹여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노동신문도 자본주의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강조한데서 잘 나타나 있다.
〈金鎭國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