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비난 대자보 첫 징계회부-서강대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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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자보의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될수 있는가.군사정권하에서 학생운동의 주요「무기」로 이용되며 그 내용과 표현에 사실상 제약이없다시피했던 대학가 대자보가 처음으로 제재의 대상이 됐다.서강대는 지난달 24일과 지난 1일 정문앞 게시판에 신방과 학부.
대학원 학생회 명의로 붙은「참을수없는 朴弘총장의 無知한 妄言들」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학생의 본분을 넘어서는 내용과 표현이라고 보고 신방과 학생장.부학생장등 2명을 징계위에 넘겼다.
문제가된 부분은『부끄럽게도 신공안정국의 깃발을 높이들고 앞장서는 자가 다름아닌 우리 서강의 총장』『학교를 시정잡배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학교측은 이 대자보가「시정잡배」「厚顔無恥」등의 표현으로 총장.보직교수 등을 근거없이 비방,학교전체의 명예를 떨어뜨렸으며「朴총장이 교수들을 사주해 자신의 발언을 지지하게 했다」는 것은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학생이면 지성인이다.아무리 대자보라도 과거처럼 거칠고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마구 쓰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수 없다』는 것이 학교측의 입장이다.
서강대는 두차례 징계위원회(위원장 崔喜男학생처장)회의에서 결론을 못내자 7일오후엔 세번째 회의를 소집,저녁식사를 시켜 먹어가며 3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대자보 표현에 대한 징계 시도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징계위원인 교수들 10명의 의견도 강.온으로 나뉘었고 징계위원들은 논쟁끝에 이날밤 당사자인 학생장 金모군(21)등을 불렀다.
징계위원인 한 교수는『金군 등이 일부 표현이 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학보나 대자보 등을 통해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과내용을 지켜본뒤 다시 징계를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학에서 대 자보의 몇몇어휘표현만을 가지고 징계를 내리려는 학교당국의 조치를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그동안 또 하나의「성역」이었던대학가대자보에 과연 어떤 제재가 내려질지 주목된다.
〈洪炳基.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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