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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 이틀 연속 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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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운재가 30일 사과 기자회견 후 눈물을 닦고 있다(左). [연합뉴스] 이운재는 31일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다. 후반 41분 포항 박원재의 헤딩슛을 막으려고 몸을 날렸으나 공은 골네트를 흔들었고, 이운재는 또 한번 울어야 했다(右). [수원=연합뉴스]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프로축구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이운재를 선발 골키퍼로 출전시켰다. 전날 아시안컵 음주 사건을 인정하며 눈물로 사죄한 그였다. 이운재와 선수들 모두 부담스러운 기용이었다.

 경기 1시간 전에 이운재가 몸을 풀러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수원 서포터스 ‘그랑 블루’는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고, 이운재는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전반 6분 수원 서동현이 헤딩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잠시 후 포항 응원석 2층에서 실랑이가 있었다. 포항 서포터스가 ‘운재야! 술값은 누가 냈노’라고 쓴 걸개를 걸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운재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의도였다.

  전반 17분 이운재에게 첫 위기가 닥쳤다. 포항 최효진이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들다 날카로운 대각선 슛을 날렸다. 이운재가 쳐낸 볼을 조네스가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넘어갔다. 수원은 전반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포항의 수비에 꽁꽁 막혔다.

  후반에 진영이 바뀌면서 이운재는 포항 응원단 앞에 서 있어야 했다. 포항 서포터스는 이운재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그렇지만 이운재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포항이 경기를 주도했지만 수원 문전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선방하던 이운재는 후반 41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수원 진영 미드필드 왼쪽에서 포항이 프리킥을 얻었다. 정규리그 도움왕 따바레즈가 낮고 날카롭게 올려준 볼을 박원재가 넘어지며 백헤딩으로 연결했다. 이운재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으나 공은 이운재의 손을 피해 오른쪽 골망에 꽂혔다.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포항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펄쩍펄쩍 뛰었다. 이운재와 수원 선수들에게는 잔인한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전통의 명가 포항이 수원을 1-0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정규리그 5위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경남 1-1 승부차기승), 준플레이오프(울산 2-1승)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적지에서 치렀으나 3연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1위 성남 일화와 챔피언을 놓고 맞붙게 됐다.

 1992년 이후 15년 만에 정상 정복을 노리는 포항과 일곱번째 정상을 노리는 성남이 벌이는 챔피언전은 1차전이 4일 포항에서, 2차전은 11일 성남에서 열린다.

수원=정영재 기자

◆플레이오프 전적

수원0 - 1포항 (골) 박원재(후 41·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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