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TV베테랑 카메라맨 백남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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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조명,스튜디오를 꽝꽝 울리는 음악속에 율동하는 가수,객석을 채운 관객들….
완벽한 TV 쇼프로도 스튜디오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카메라 없이는 현장의 생생함이 살아나지 않는다.
무대위의 쇼를 시청자들의 안방으로 옮겨주는 방송카메라는 소리없이 분주하다.
가수 얼굴을 시청자들의 코앞으로 끌어당겼다가 다시 멀리 보내기도 하고 또 무대전체를 보여주다 금방 눈(?)을 돌려 관객들의 표정을 훑어낸다.
방송카메라와 24년을 함께한 KBS영상제작부 白南周차장(49)은 『방송카메라도 춤을 춘다』고 말한다.모름지기 카메라는 방송 음악의 박자와 리듬을 타야 한다는 얘기다.
가수.사회자들의 차림새부터 표정.몸짓도 미리 읽고 움직여야 음악의 흐름과 호흡이 맞는「그림」을 잡을 수 있다.
녹화방송땐 수없는 NG에 대한 인내력을,또 생방송땐 극도의 긴장감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도 방송카메라의 몫.
『늘 녹화하던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 보낼땐 더욱 긴장되죠.생방송인데도 아나운서가 중간에 멘트가 틀리자 「다시하겠다」고말했을 땐 정말 아찔했지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훔쳐냈던드라마 『여로』부터 시작된 그의 카메라맨 인생은 숱한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해 왔지만 70년대 초반 『노래의 메아리』부터 『패티김쇼』『가요대행진』『백분쇼』『전원집합 토요대행진』등 수많은쇼에서 특히 감각을 발휘,쇼프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지난해엔『전원집합…』프로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카메라앞에서 떨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세상 많이 변했어요.요즘 젊은이들은 개성도 강한 만큼 카메라를 겁내기는 커녕 너스레까지 떠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요즘『열린음악회』프로에서 카메라를 통해 객석과 무대의 호흡을 보여주는 일에 몰두해 있는 그는 카메라 인생덕분에 생긴「포도막염」(눈조리개의 염증)이라는 직업병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이에 아랑곳없이『열린 음악회가 장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눈매는 날카롭기만 하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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