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범칙금 인상만으로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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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기초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을 무겁게 하기로 한데 대해선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그러나 단속과 처벌강화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犯則金의 대폭적인 인상이 빚어낼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아울러 마련되어야 하고,대폭 올린 범칙금의 수준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초질서의 확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범칙금의 인상보다는 지속적 단속이라고 생각한다.「재수없이 걸렸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 단속은 실패한 것이다.누구나 위반행위를 하면 예외없이 단속된다는 인식을 갖게 돼야 질서가 바로 설 것이다.
정부가 범칙금을 올리기로 한 것은 수입을 많이 올리려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범칙금을 낼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그렇더라도 범칙금의 지나친 인상에는 부작용이 따를 위험이 있다.
가령 도로교통법 위반행위의 경우 대부분의 범칙금이 8만원인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을 줄만한 액수다.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긴하겠지만 자칫하면 부조리를 빚어낼 가능성이 크다.그동안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교통경찰관의 부조리도 실은 범칙 금보다 「부조리」가 싸게 먹히는데 그 한가지 원인이 있었다.
다른 기초질서위반행위에 대한 벌금액수도 역시 마찬가지다.부작용을 막을 대책마련은 없이 액수만 올리면 부조리가 고개를 들 것이다. 또한 무리한 단속과 처벌이 일부 서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시장주변등을 보면 주차위반을 안하려야 안할 수 없는 여건에 있는 곳이 적지 않다.단속자에 대해 세부적인 지침을 주어 모처럼의 무질서추방운동이 시민의 저항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사정이나 신호체계등을 보면 마치 운전자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많다.이런 점을 먼저 시정하지 않고 범칙금만 대폭 인상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先後가 바뀐 행정편의주의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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