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정명원.김용수 구원王 누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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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내최고의 마무리투수는 누구일까.
태평양 鄭明源이 43세이브포인트로 宣銅烈(해태)이 세운 시즌41세이브포인트를 깨고 신기록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LG 金龍洙는 2일 프로최초로 2백세이브포인트를 돌파했다.마무리 투수부문에서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투수는 빠른 공,확실한 변화구 한가지,안정된 번트수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등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이같은 조건을 다 갖춘 정명원.선동열.김용수는 이밖에도 나름대로의강점을 지니고 있다.
전성기가 달라 절대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과연 이들의 강점은 무엇이고 누가 최고의 마무리투수인지 흥미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공빠르기는 선동열이 단연 앞선다.시속 150㎞를 넘나드는 선동열의 직구는『쇳덩어리 같다』『맞으면 죽을 것 같다』는 타자들의 하소연처럼 빠르고 묵직하다.
정명원의 직구도 145㎞를 넘어 긴박한 상황에서 타자들을 윽박지르기에는 충분하다.
반면 김용수는 92년 허리부상을 당한뒤 스피드보다는 유인하고달래는 컨트롤투구에 전념하고 있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투수는 다양한 변화구보다는 확실한 주무기 한가지를 보유한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는 정명원이 최고다.슬라이더와 비슷한 스피드로 들어오다 타자앞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본인은 투심패스트볼의 변형,타자나 전문가들은 포크볼이라고 주장)는 선동열의 슬라이더 만큼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이 구질이 정명원이 재기하는데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 반면 그토록 유명하던 선동열의 슬라이더는 올들어 갑자기 위력이 떨어졌다.변함없이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무뎌진 슬라이더 때문이라고 한다.
김용수도 선동열과 같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다.
90년대 접어들며 반포크볼을 개발해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타자들 눈에 익어 위력이 떨어지자 다시「면도날」로 불리는슬라이더를 승부구로 사용하고 있다.타자무릎을 파고드는 슬라이더가 제몫을 하는 날이면 비록 나이를 먹은 김용수 지만 공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위기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번트수비와 두둑한 배짱등도 마무리투수가 갖추어야 할 중요요소가 된다.이부분은 산전수전을 다겪은 김용수와 선동열이 앞서고 정명원은 조금 처진다.
이밖에 얼마나 몸이 빨리 풀리는가도 자신의 체력안배와 등판시기를 정하기 편하다는 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이들 3명 모두는불펜에서 단 몇개의 공을 던지고도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종합적으로 볼때 공의 위력에서는 정명원과 선동열이 각각 변화구와 직구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김용수는 경기운영과 위기관리능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투수출신인 金寅植씨(前쌍방울감독)는『올해만 보면 단연 정명원이다.그러나 전성기를 비교하면 선동열을 당할 투수가 없다』고 평하고『체력소모가 심한 마무리전문으로 꾸준히 7,8년을 버틴 김용수도 최고의 마무리투수』라고 결론지었다.
〈金 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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