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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출신 ‘축구 신동’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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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포공설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축구 신동’ 이정빈이 슈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정빈이는 세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조기축구회에서 공을 찼다. 초등학교 2학년 때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면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부모는 체격이 작고 똘똘한 둘째가 축구 하는 것을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축구선수를 하다 중학교 때 부상으로 축구화를 벗은 아버지 이태원(46)씨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학교 축구부 대신 클럽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김포 이회택축구교실에 넣었다. 인천에 사는 이씨는 2004년부터 매일같이 아들을 태우고 인천과 김포를 왕복했다. 아버지의 지극정성에 아들은 실력으로 보답했다.

  이정빈(12·김포초등6)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축구 신동’이다. 그의 마술 같은 드리블은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돌아다닌다. 그의 득점력은 이미 초등학생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2월 MBC 꿈나무축구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올 9월 MBC 꿈나무축구 전국 결선까지 4개 전국대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아무리 초등생 경기라지만 16경기 47골로 경기당 2.93골의 놀라운 기록이다.

이정빈을 4년째 지도하고 있는 이는 ‘김포 축구할아버지’로 유명한 정일진(76) 감독이다. 1980년대 대한축구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정 감독은 손자뻘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며 즐겁게 하는 축구’ ‘공을 갖고 하는 훈련’을 강조한다.

25일 김포공설운동장에서 이회택축구교실(6학년)과 인근 중학교 축구부(1학년)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중학교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고함을 치고 일일이 지시했지만 정 감독은 경기 중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0-1로 뒤지던 이회택축구교실은 이정빈의 1골·1도움으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정 감독은 “정빈이는 볼 처리 속도가 워낙 빠르고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체격(1m56㎝, 42㎏)과 체력을 키우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빈은 내년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U-15)팀에서 운동을 하게 된다.

인천 유소년팀 김희정 감독은 “정빈이를 혹사하지 않고 브라질 코치 밑에서 체력과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헨티나의 천재 미드필더 리오넬 메시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정빈은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클럽 시스템에서도 뛰어난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박지성 형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정빈은 11월 2일 경남 남해에서 개막하는 MBC 국제꿈나무 축구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브라질·독일·호주 등 7개국 8개팀이 뛴다.

김포=정영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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