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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逆낚시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 金씨가,가능하면 세 金씨가「우리는 간다」는 내용의 성명서나 하나 발표하고 이 나라 어느 시골로 낙향을 한다면 얼마나멋진 정경이겠습니까.산좋고 물좋아 은퇴하여 낚시질하기 꼭 알맞은 곳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두 金씨여,세 金씨여 어서떠나세요.어둡기 전에 어서!』 85년 4월 당시 역사학자였던 金東吉 교수가 쓴「나의 때는 이미 끝났다」는 글의 말미다.「金東吉의 낚시론」으로 더 알려져 인구에 회자되었던 글이다.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의 세분중 어느 누구도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대통령으로서,당 대표로서,그리고 연구소 일로 모두 바쁜 세월을 정력적으로 보내는 듯하다.
정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지만 변한 것은 오히려 이 글을 쓴 金東吉대표쪽이다.이젠 제2야당 대표가 되어 정치판의 한자락을 차지했다.깃발론에서 시작해 新黨결성,재벌당이라 했던 국민당과 합당,그리고 또 新民黨 결성등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치더니 마침내 家出.탈당.복귀로 해서 또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金교수가 썼던 낚시론의 핵심은 당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세金씨가 너무 개인적 大權야욕만 있어 후보단일화라는 국민적 여망을 이루지 못할 터이니 정치는 40 대들에 맡기고 낚시나 떠나라는 훈계였다.눈앞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잿밥에만 열올린다던 당시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가 이젠 부메랑이 되어 金대표 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무소속을 영입해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해보려 했지만 民自黨의 선수로 빼앗겨 버리고 民主黨과 통합으로 새 전기를 마련해보려 했지만 당내 세력간의 불협화음으로 이마저 깨졌다.大權은 누구에게,黨權은 누구에게,서울시장후보는 누구에게 약속했다 느니, 10년전 수없이 들어 보았던 밀약설이 나돌고 대표직 사표를 썼다느니,잠적이니 하더니 또 어느날 미소짓는 얼굴로 나타났다.이 또한 10년전 숱하게 봐왔던 舊정치인들의 낡은 작태 아닌가.나의때가 이미 끝났음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하다.그러나 요즘은 전국의 낚시터마저 오염돼 있으니 함부로 낚시를 권하기도 어렵고그나마 남은 깨끗한 낚시터를 오염시킬지도 모르니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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