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자원봉사>4.네덜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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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 인간의 가치가 물질적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지않듯 한 사회의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잘사는 사회보다 도덕적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범국민 자원봉사운동은 그런 도덕적인 사회를 이루어보자는 각성의 실천입니다.
네덜란드의 古都 유트렉트의 고색창연한 세인트 존 교회당 안.
『11세기에 지어진 이 교회는 獨逸에서 가져온 대리석으로 건축된 것으로 대부분의 내부장식은 3백년뒤에 완성된 것입니다….
』 자원봉사자 마리안 잔센양(24)은 남아프리카에서 온 관광객들을 이끌고 다니며 교회의 역사와 미술품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녀는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매주 10시간씩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문화유산을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올 여름을 지내고 있다.
『교회의 역사와 미술품을 이해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사랑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또전공을 살리는 기회도 되고요.』 유트렉트가 매년 여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교회당에서 잔센양처럼 안내를 맡고 있는 25명은모두 자원봉사자.
『이 도시와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그녀는 전한다.「풍차의 나라」네덜란드의 자원봉사활동은여타 서구 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언뜻 생각나는 노인.장애자등을 돌보는 일 외에 스포츠및 관광분야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사회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도 2차대전 이전까지는 장애인과 병자.빈민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이 주류를 이뤘으나 종전후 65년무렵 사회복지제도가 정착되면서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즉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돌보는 일들의 대부분을 국가에서고용한 전문인력이 담당,자연히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대신 사회복지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스포츠및 관광분야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사회전체를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체육분야는 아주 적은 프로스포츠분야를 제외하고는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고 네덜란드 자원봉사센터 테오 반룬소장은 설명한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1천여개의 축구.수영.테니스등 각종스포츠센터와 클럽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운영진들이 꾸려가고 있으며 코치들도 물론 자원봉사자다.
한편 관광산업이 주요수입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소및 박물관 안내등을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관광객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인원이 모두 28만8천여명.네덜란드 관광안내센터인「VVV」에서 일하는대부분의 직원은 바쁜 생활중에도 짬을 낸 자원봉사자들로 채워져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 지역의 역사와 지리에 밝은 노인들이 한가한 시간을 이용,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한편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네덜란드에서 특히 발달한 분야중하나는 자연보호와 관련된 자원봉사활동.
기자가 찾아간 암스테르담 근교「새들의 안식처」에서는 매일 5~6명의 젊은이들이 상처입은 새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어미잃은 아기백조,부리가 부러진 종달새등 매년 2천여마리의 새들이이곳에 찾아들어 극진한 간호를 받고는 다시 자 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모든이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게 이 단체의 목적입니다.새를 보호하는 일외에도 홍보물을 돌리거나 행사등을 주최,자연보호에 앞장서고 있죠.』 5년째 이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크리스 벌란씨(32)는『새들을 풀어줄때 가장 큰 기쁨을 맛본다』고 환히 웃는다.우리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연과 동물보호에 민감한 이들은 집잃은 개와 고양이를 위한 보호시설을 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동물전용 앰뷸런스」까지갖추고 있다.
물론 이같은 단체는 거의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고있다.짙푸른 숲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네덜란드의 자연도 이곳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고로 소중히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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