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백산맥"을 문제삼는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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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다 확고하게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보수세력이 이 사회의 무게 중심을 잡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만 한다.자유로운 시장 경제논리를 무너뜨리려거나 민주시민 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바른 소리로 이 들에게 경각심을 촉구하고,경우에 따라서는 법에 호소해 위험한 사고와 행동에 制動을 거는 사회 중심세력이 건전한 보수세력이다.이런 체제유지적 세력이 합리적 방식에 따라 건강한 소리를 주장하고 주도할 때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이른바 우익단체가 아직 제작도 완료되지 않은 영화에 대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영을 저지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요로에 보냈다니 이래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우익단체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존중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사 람들의 모임일 것이다.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타인의 재산과 명예,여기에 영화라는 대중예술의 창의성을 존중해야할 터인데도 제작되지 않은 영화를 대상으로 『감옥행과 죽음을 不辭하고 저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니 너무 극단적 자세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소설『太白山脈』을 읽는 전쟁세대나 참전용사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도,참을 수도 없는 대목이 많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우익을 惡의 대명사로 묘사하고,빨치산을 해방전사로 묘사한 대목에 이르면 분노가 치밀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한 대처방식이 협박편지로 이어지는 폭력적 방법이어서는 안된다고 본다.소설『太白山脈』의 문제는 이미 검찰로 송치된 형편이니 利敵性여부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게 온당한 자세다.
소설보다도 대중에게 더 깊은 영향을 주는 영화제작에 우려를 표시하고 반대를 할 수는 있다고 본다.그러나 그것은 법의 테두리안에서의 반대여야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이어서는 안된다.영화에 대해서는 더구나 공연윤리위의 심의과정도 있지 않은가. 극단적인 대처는 오히려 이 사회의 건전한 보수논리를 헛갈리게 하고 주사파적 세력에 허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단체들의 自制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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