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적 건강 누가 장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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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利敵性여부로 수사를 받고 있는 慶尙大교수 2명에 대한 법원의구속영장기각 결정에 대해 우리는 몇가지 의견을 제시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는 우선 이들에 대한 영장기각 결정 자체엔 異論이없다.우리가 보기에도 이들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을 것 같지 않고, 신분과 住居가 확실한만큼 영장기각에 수긍이 가는 점이 많다.그러나 우리는 재판부가 영장을 기각하면서 제 시한 일부 論據에 대해서는 찬성키 어렵고,의아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문제의 敎材인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책의 내용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진보적 사회과학서적이나 간행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우리사회의 사상적 건강상태가 그 정도의 내용은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사회의 「사상적 건강상태」에 대한 재판부의 이런 진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지금 主思派문제가 나라안의 큰 걱정거리가 되어 있고,主思派가 주동이 된 과격시위가 얼마나큰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는지 는 누구나 다아는 일이다.
또 최근에 나온 몇가지 事例만 봐도 우리의 「사상적 건강」을걱정할 근거는 많다.가령 고교생까지 의식화하자는게 아니냐고해 수사대상이 된 『새날열기』誌 사건,利敵性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설 『太白山脈』문제,金日成자서전 출판사건 등 끊일새 없이나오고 있는 「사상적 非건강」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재판부가 문제된 교재의 내용이 시중에 유통되는 책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다.그러나 관련분야 연구자나 일반인이 서점에서 사보는 책과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강의하는 교과서와는 구별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주관적 판단으로 각자가 구해 보는 책과는 달리 교과서는학생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것이다.가령 시중에 음란 서적이 많다고 음란성 교과서가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존중하지만 「사상적 건강」을 有權해석(?)하고, 시중에 그런 내용이 많다느니 하는論理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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