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들은 얘기와 정황으로 추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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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정원 진실위가 발표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의 조사 결과는 관련자들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없는 데다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실위는 이번 조사를 위해 국정원 보존자료 1만2800여 쪽과 납치 사건에 관여한 전직 중정요원 11명, 용금호 선원 4명 등에 대한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납치 지시를 했는지 여부를 말해 줄 'KT 공작계획서'나 직접적인 증거 자료는 없었다. 진실위는 그 대신 관련자들의 두 가지 증언을 제시했다. 첫째는 평민당 수석 부총재를 지낸 최영근(2004년 8월 사망) 전 의원이 1980년 초 고향 친구인 이후락 부장에게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는 의미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평민당은 DJ가 87년 대선 출마를 위해 만든 정당이다. 둘째는 이철희 정보차장보가 이 부장에게 지시를 받을 당시 반대 의사를 피력하자 "나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라고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인 이후락 전 부장의 증언은 없고 전문(傳聞.전해 들은 얘기)과 정황을 근거로 추론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날 발표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한 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가 인터넷을 통해 발표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J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단순 납치로 치우치는 결론이 내려진 데 대해 조사 결과가 미진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철희.이가영 기자

◆과거사 진실위 명단

▶위원장 오충일(대통합민주신당 대표.노동일보 발행인, 2007년 6월 위원장직 사퇴)

▶간사 안병욱(가톨릭대 교수.위원장 직무대행)

▶위원 손호철(서강대 교수), 이창호(경상대 법대 학장), 박용일(변호사), 문장식(KNCC 인권위원장), 효림(실천불교승가회 의장, 5월 사퇴), 곽한왕(천주교 인권위 운영위원),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김갑배(변호사, 10월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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