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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박한설씨, 국내성 천도 기념우표 등 자비로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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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 우표와 엽서가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논란인 가운데 예맥 고미술회장 박한설(朴漢卨.66.강원대 사학과 명예교수)씨가 '고구려 국내성 천도 2천주년' 기념 우표와 우편 엽서(사진(下))를 자비로 발행했다.

朴씨는 지난해 말 중국 지안(集安)의 고구려 고분벽화 가운데 '수렵도'를 넣은 우표 8백장(전지 40장)을 만들었다. 또 앞면에는 광개토왕비를, 뒷면에는 '고구려가 수도를 졸본(卒本)에서 국내성으로 옮긴지 2천주년 되는 것을 기념한 엽서를 한장씩 드린다'는 문구를 넣은 우편엽서 1천5백장을 제작했다.

그는 이 엽서 4백여장을 강원대 교수, 춘천지역 기관.단체장과 친인척들에게 새해 인사장으로 보냈다. 나머지는 그가 회원으로 있는 고구려학회와 고구려 역사문화재단 관계자 등 '고구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朴씨가 이 기념 우표와 엽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지난해 봄. 태백우취(郵趣)회 회장으로 30여년 동안 우표 수집을 해온 그는 서기 3년 고구려가 졸본에서 국내성으로 천도한 지 2천주년이 되는 지난해 중국이 은밀히 추진해온 '동북공정'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정보통신부에 천도를 기념하는 우표 제작을 제안했다.

"험한 산골 졸본에서 국내성(현재의 지안)으로 수도를 옮긴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 朴씨는 "더구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드러난 때에 고구려사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대응의 한 방법으로 천도를 기념하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朴씨의 개인적 제안과 고구려학회를 통한 건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자 朴씨는 소량이라도 좋으니 자비(약 70만원)로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개인이 비용을 부담할 경우 정통부는 개인이 자체 제작한 우표와 정통부가 정식으로 발행하는 우표를 한세트로 붙여 발행해주고 있다.

이 엽서와 우표를 받아본 사람들에게서 감사와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朴씨는 "학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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