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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성질급한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한국에 와서 기업을 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사람의 단점에 대해 『성질이 너무 급하다』『씀씀이가 너무 헤프다』『질서를 너무 안지킨다』등을 지적한다.이중에도 성질이 너무 급해 일을 그르치는경우가 많다.우리 스스로도 비판하고 있다.예를 들면 도로를 신설할 때에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설계한다.물가나 수출 등에서 어려움이 오면 참아내지 못하고 호들갑을 떨어 냄비경제란 비판을받는다.성질이 느긋한 이도 운전대만 잡으면 급해진다.
노란 신호를 참지 못하고,깜빡이를 켜면 서 들어오는 차에 양보하면 죽는 줄 안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성질이 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傳來되는 속담중에『君子는 대로행』이라든가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라』『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등의 속담을 볼 때 여유가 있었고 신중하며 멀리 내다보면서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추진 해 가는 민족성을 가졌던것 같다.
왜 이리 성질이 급하게 되었을까? 어떤이는 일제 36년간의 식민지통치 때문이라고 한다.빨리빨리 복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어떤이는 6.25전쟁 때문이라고 한다.살아남기위해서는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어떤이 는 정부수립후의 의무적인 군복무제에 탓을 돌리고 있다.대한민국 남자는 모두훈련과정에 「선착순」을 경험했다.일정수의 선착한 사람은 불이익이나 벌을 면제해 주고,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경제질서는 급변하고 있다.과거의 사고와 잣대로는 처방이 어렵게 되었다.세계는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생산기지와 판매망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세계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비교우위론으로 무역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절대우위의 경쟁력이 있을 때 수출이 가능하다.2백년간 지배해 오던 대량생산과 분업이론은 종말을 고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고객위주 판매전략,조직의 리엔지니어링이 채택되고 있다.더 이상 성질이 급해서는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
〈상공자원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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