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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테아터 안 데어 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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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9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아우드 데어 비덴’극장.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마술피리’의 초연 무대가 작곡자의 지휘로 막이 올랐다. 대본까지 써서 작곡을 권유한 흥행사 에마누엘 쉬카네더(Emanuel Schikaneder 1751~1812) 가 파파게노 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극장 앞은 개막 몇 시간 전부터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매일 밤 수백명이 표를 구하지 못해 헛걸음을 할 정도였다. 모차르트도 병석에 드러눕기 전까지 매일 저녁 공연에 참석했다. 하지만 흥행 성공에 따른 부와 명성을 누리지도 못하고 초연 66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쉬카네더는‘마술피리’공연으로 떼돈을 벌어 1786~1801년 ‘테어터 안 데어 빈’을 지었다. 1786년 빈 궁정으로부터 극장 신축 허가를 받았지만 1798년이 되어서야 공사를 시작했다. 프란츠 야거(Franz Jager), 안톤 야거(Anton Jager), 요제프 라이문트(Joseph Reymund)가 건축을 맡았다.

1801년 6월 13일 테이버(Teyber)의 오페라 ‘알렉산더’로 문을 연 이 극장은 이름처럼 빈 강변에 들어섰다. 빈 강(Wienfluss)은 다뉴브 강의 지류로 지금은 복개돼 노천 시장으로 바뀌었다. 극장 입구에는 파파게노 복장을 한 쉬카네더의 조각상이 서있다. 바로 옆엔 3명의 아이들이 서 있는데 역시 ‘마술피리’ 초연 때 함께 출연한 그의 아들들이다.

‘마술피리’공연 수익금으로 지은 극장

‘테어터 안 데어 빈’은 1805년 베토벤의‘피델리오’가 초연된 곳으로 유명하다. ‘피델리오’는 초연 당시 ;‘레오노레’로 발표됐으나 나중에 ‘피델리오’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도 서곡은 ‘레오노레’, 오페라는 ‘피델리오’로 연주된다.

당시 쉬카네더는 극장 안에 숙소를 따로 마련해 베토벤이 마음놓고 작곡에 몰두하게 했다. 베토벤은 1803년부터 3년간 이곳에서 살았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2번, 제3번, 제5번, 제6번이 초연된 것도 이곳이다. 19세기엔 오페레타 극장으로 사용됐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레하르의‘메리 위도’등이 초연됐다.

1902년 건축가 페르디난드 펠너(Ferdinand Fellner)와 헤르만 헬머(Hermann Helmer)는 이 극장의 Weinzeile(거리 이름)쪽 무대 옆 공간에 5층짜리 아파트를 지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빈 슈타츠오퍼가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자 빈 국립오페라는 1945~55년 테아터 안 데어 빈으로 무대를 옮겼다. 칼 뵘, 한스 크나퍼츠부쉬,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이 지휘봉을 잡았다. 55년 빈 슈타츠오퍼가 재개관한 후 안전상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한때는 도심 재개발 계획에 걸려 대형 주차장으로 바뀔 뻔했다. 1960∼62년에는 건축가 오토 니저모저가 개보수 공사를 지휘했고 1983년부터 88년까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캐츠’가 상연되었다. 1992년에는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초연되었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인 엘리자베트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나중엔 ‘빈 축제 주간’동안 오페라와 오페레타가 공연되기도 했다.

베토벤이 3년간 살면서 작곡에 몰두하기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테어터 안 데어 빈이 새단장을 끝내고 오페라 극장으로 재탄생했다. 2006년 1월 8일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빈 심포니의 갈라 콘서트로 문을 열었다. 1962년 뮤지컬 극장으로 전락한 지 44년만에 옛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테어터 안 데어 빈은 빈 슈타츠오퍼(2209석), 빈 폴크스오퍼(1400석)에 이어 세계 음악의 수도 빈에 들어선 제3의 오페라 극장이다. 이곳에 클래식 음악의 꽃을 다시 피우겠다고 결정한 것은 2003년. 빈 클랑보겐 예술감독을 지낸 롤란트 가이어가 총감독으로 임명됐다. 2006년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도메네오’등 모차르트의 초기 오페라를 대거 상연했다. ‘마술피리’덕분에 세워진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첫 공연으로 모차르트의 생일인 27일 오자와 세이지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를 무대에 올렸다. 앞으로는 몬테베르디.글룩.하이든.케루비니 등 빈 슈타츠오퍼와 빈 폴크스오퍼에서 외면하는 레퍼토리를 집중 공연할 계획이다. 1801년에 문을 연 1000석짜리 극장과 베르디.푸치니 등 낭만주의 오페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 Theater an der Wien

◆홈페이지: www.theateranderwien.at

◆소재: Linke Wienzeile 6, Wien

◆개관: 1801년 6월 13일(재개관 1962년, 2006년)

◆세계 초연: 베토벤‘교향곡 제2번’(1803년)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1803년)‘교향곡 제3번’(1805년) ‘피델리오’(1805년)‘바이올린 협주곡’(1806년) ‘교향곡 제5번’ (1808년) ‘합창 환상곡’(1808년) ‘피아노 협주곡 제4번’(1808년), 슈베르트‘로자문데’(1823년),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1874년) ‘집시 남작’(1885년), 리하르트 호이베르거 ‘오페라 무도회’(1898년) , 레하르‘윈저가의 유쾌한 미망인’(1906년), 오스카 슈트라우스 ‘초콜릿 병정’(1908년), 레하르 ‘미소의 나라’(1930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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