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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홍콩 신인가수싸고 방송사 호들갑에 쓴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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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홍콩출신 한 신인가수의 한국방문을 둘러싸고 방송가가 떠들썩하다. 손요위(21)라는 생소한 이름의 가수가 자신의 앨범 『그대를 알게돼 기뻐요』의 한국발매를 홍보키위해 19일 내한하는데TV.라디오의 음악.오락프로에서 저마다 그를 출연시키려고 난리다. 장국영.유덕화 같은 스타가 아닌데도 4박5일의 짧은 일정동안 KBS『연예가중계』 SBS 『TV 가요20』등 2개 TV프로 와MBC 『2시의 데이트』 KBS 『손범수의 팝스팝스』 대구MBC 『별이 빛나는 밤에』 PBC 『영화음악실』 등 4개라디오 프로에서 경쟁적으로 출연섭외를 마쳤다.『TV 가요20』에서는 원래 MC인 여성듀엣 코코와 함께 패널 형식으로 사회까지 맡길 예정이며 음반회사에서 주최하는 라이브무대 『청소년 음악회』에도 참가한다.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방한일자가 그의 개인사정으로 이틀 연기되지 않았더라면 이외에도 3개 TV프로와 5개 라디오프로에 더 출연키로 돼 있었다.
지난해 가수로 데뷔한 이래 홍콩 출신이면서도 대만에서 주로 활동해온 손요위는 준수한 용모와 가창력으로 홍콩.대만 일대에서는 제법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를 초청한 기획회사측의 설명이다.
스타TV등 위성방송등을 통해 손요위를 본 우리나라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팬클럽까지 생겨나기도한 모양이다.
슈퍼스타의 부재에다 수명이 2~3개월에 불과한 반짝스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우상을 기다리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그러나 중국어권 배우.가수들이 국내청소년들로부터 인기 를 얻자 본국에서 조차 제대로 그 실력을 검증받지못한 신인까지 10여개 방송프로에서 앞다퉈 소개하려는 태도는 결코 보기좋은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몫보려는 업계의의도에 방송사측이 말려들었거나 아니면 상업성과 시청률이라는 양측의 필요조건이 자연스레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이러한 모습을 보자니 얼마 전할리우드 스타 케 빈 코스트너나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나 자신이 출자한 식당을 홍보키위해 내한했을때 우리 방송가에서 보인 한심한 태도가 또한번떠올라 입맛이 쓰다.
국내수입업자간의 경쟁으로 홍콩영화의 수입가가 치솟아 세계에서가장 비싼 값으로 홍콩의 삼류액션물을 수입하고 있는 영화계 실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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