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라이벌열전] (17) 오징어 vs 낙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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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주꾸미는 문어와, 꼴뚜기는 오징어와 ‘사촌’ 간이다. 하나같이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해산물이다.

쫄깃쫄깃한 것을 씹기 좋아하는 한국인은 예로부터 이들을 즐겨왔으나 서양에선 인기가 별로 없다. 산 것을 생식하는 서양인은 거의 없고 정력과 간장 보호에 좋다는 이유로 갑오징어(뼈오징어) 먹물을 약으로 먹는 정도다.

둘은 생김새만큼이나 공통점이 많다. 첫째, 단백질이 많다. 단백질 함량이 흰살 생선에 버금간다. 100g당 10∼20g이다. 말린 것은 이보다 훨씬 높다(68g 이상). 성장기 어린이에게 간식용으로 권할 만하다.

특히 황이 함유된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하다. 이들의 타우린 함량은 연체동물 중 최고다. 말린 오징어·문어·전복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가 바로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춰주는 웰빙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력 회복·담석 제거·간기능 개선에도 유용하다(연세대 식품영양학과 박태선 교수).

둘째, 지방 함량이 낮다. 100g당 1g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두뇌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다.

둘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꽤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소 높은 사람이 먹어도 무방하다고 보는 이유다.

셋째, 아연 함량이 높다. 아연 섭취가 부족하면 음식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미각 장애와 어린이 발육 장애·생식 능력 감퇴를 유발할 수 있다.

넷째, 먹물을 소지한다. 먹물의 원래 용도는 호신용이다. 뭔가에 쫓길 때 먹물을 뿜어 자신을 보호한다. 요즘엔 항암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동물실험에서 먹물에 든 뮤코 다당류가 암에 걸린 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오징어 먹물이 첨가된 라면·국수까지 나왔다.

다섯째, 열량이 생각보다 낮다. 생오징어는 100g당 열량이 92㎉(구운 것 117㎉), 생문어는 74㎉(삶은 것 99㎉)에 불과하다. 과일 수준이다. 그러나 말린 오징어와 문어는 100g당 열량이 340㎉가량(공기밥 한 공기는 약 200㎉)에 이른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신구대 식품영양과 서현창 교수).

여섯째, 요즘이 제철이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낙지는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의 원기를 북돋우는 데 그만이다. 그래서 가을 낙지를 ‘꽃낙지’라 한다. 문어 중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참문어는 9월∼이듬해 2월에 맛이 절정이다. 살오징어는 연중 잡히지만 제철은 9월에서 이듬해 1월.

문어는 대개 날로 먹지 않고 익히거나 삶거나 말려 먹는다. 낙지는 소금물로 약간 데치거나 삶아 먹되 너무 센 불로 오래 가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맛이 질겨져서다. 발이 가는 세발낙지는 회로 먹기도 한다. 낙지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론 표고버섯·대두가 꼽힌다.

오징어는 보통 내장을 제거하고 통째로 말린 것을 먹는다. 작은 오징어인 꼴뚜기는 머리·다리·내장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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